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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모텔서 숙식하며 9m 땅굴 파 석유 훔치려던 일당, 혐의 모두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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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근처 모텔을 통째로 빌린 후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다 검거된 50대 남성 등 7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A(58)씨 등 7명은 이날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증거 채택에도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범으로 지목된 A씨 측은 범행은 인정하나 자신이 총책이라는 점은 부인했다.

조선비즈

충북 청주 소재 모텔을 빌려 지하실부터 땅굴을 파 송유관 기름을 훔치려 한 일당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절도 피의자들이 판 땅굴 모습. (대전경찰청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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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충북 청주시 한 모텔을 임대한 뒤 지하실에서 송유관까지 9m 길이의 땅굴을 파 기름을 빼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1월 초 이 모텔을 임대한 직후, 지하실 벽면을 부수고 가로 81㎝, 세로 78㎝ 크기의 땅굴을 팠다.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삽과 곡괭이를 주로 사용해 범행을 저지른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해 5월부터 ℓ당 400∼500원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공범을 모은 A씨는 자금책, 석유 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굴착 작업자 등과 함께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이후 송유관 매설지점을 탐측하고 땅굴 설계 도면을 작성하는 등 범행을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공범 가운데는 과거 대한송유관공사 기술자로 재직하다 송유관 절도 범죄에 가담한 전력이 밝혀지며 사직한 전 직원 B씨도 포함돼 있다. B씨는 기술자로, 지난해 5월 교도소에 출소한 뒤 A씨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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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소재 모텔을 빌려 지하실부터 땅굴을 파 송유관 기름을 훔치려 한 일당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절도 피의자들이 판 땅굴 모습. (대전경찰청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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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0월 해당 송유관에서 약 50m 떨어진 충북 옥천의 한 주유소를 빌려 한 차례 범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땅굴에 지하수가 차면서 작업이 어려워지자 이를 중단하고, 송유관에서 9m 떨어진 해당 모텔로 옮겨 범행을 재개했다. 모텔 주인에게는 ‘모텔 사업을 하겠다’면서 월세 450만원에 장기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일당은 이곳에서 숙식하며 ‘공사’에 전념했다.

이들은 약 50여일간 9m에 가까운 땅굴을 파 송유관 30㎝ 앞까지 접근했지만, 경찰에 적발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대전경찰청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지난 3월 3일 현장을 급습해 작업 중이던 A씨 일당 7명을 모두 검거했다.

송유관이 있던 자리는 하루 평균 6만6000대의 차량이 오가는 4차로 국도 옆 지하로, 자칫 지반 침하로 도로가 붕괴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경찰은 A씨와 자금책, 기술자, 작업자 등 4명을 검거해 구속 송치하고, 가담 정도가 낮은 자금책, 단순작업자 등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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