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단독]거액 손실 경북 투자자 극단 선택… '라덕연 범행' 전국 규모 정황[라덕연게이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6일 경북 경산서 44세 남성 투자자 숨진 채 발견

"라덕연 여동생 친분 과시한 대구·경북 총책 있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경북 지역 투자자가 이달 초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와 관련 스스로 목숨을 끊은 투자자가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특히 이 투자자를 끌어들인 모집책은 라덕연 호안 대표 여동생과의 친밀한 관계를 여러 번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투자가 이뤄진 지역이 검찰 수사가 진행된 수도권을 벗어난 대구·경북 지역이라, 라덕연 일당이 전국 규모의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1일 경북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44세 남성 A씨가 경산시의 주택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일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을 벌인 경찰은 대구·경북 일대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의혹이 있는 김모씨(여) 집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아시아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를 통해 라 대표 측에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이후 심리적·금전적 피해가 극심했다고 알려졌다.

경산에서 자영업을 하던 A씨는 지인인 김씨가 주식과 관련한 조직적인 투자로 큰 이득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12월말 가족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김씨에게 제공하고, 자신의 자금 3000만원과 가족과 지인의 돈 총 2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또한 'SG 증권발 주가폭락' 직전인 지난 3월에는 자신 명의 계좌로 1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A씨는 올 1월 투자 원금 외에 1억2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A씨는 이 중 50%인 6000만원을 김씨를 통해 투자 진행자측에 수수료로 지급하고, 김씨에게는 별도로 6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나머지 수익금 5400만원은 투자한 가족·지인들과 나눠 가졌다.

하지만 A씨는 올해 4월 말 'SG증권발 주가폭락'이 이뤄지자 원금을 순식간에 모두 잃고 빚까지 생겼다. 한차례 얻은 수익금을 상쇄하고도 큰 손해를 봤다. 첫 계정에는 마이너스 1억1500만원, 두 번째 계정에는 마이너스 9500만원이 찍혔다. A씨뿐 아니라 투자한 가족과 지인들은 합계 3억2000만원을 날리고 2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인 이들의 경제 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라 대표 여동생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고 A씨 지인은 전했다. 한 투자자는 "김씨는 처음 투자를 받을 때부터 라대표의 여동생 라OO씨와의 관계를 여러 번 언급했다"며 "김씨는 라OO와 골프도 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라OO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놓고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라덕연은 실제 라OO이라는 여동생이 있다고 법조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여동생이 라덕연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

한편, 김씨는 A씨 등 투자자들에게 "인천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투자 조직이 있다는 듯 암시했다. 한 투자자는 "김씨가 인천에 있는 '본부'에서 수시로 교육받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전하는 김씨의 행태가 사실이라면, 라덕연이 여동생까지 동원해 시·도별로 투자자 모집책을 두고 조직적으로 교육까지 하면서 전국 규모의 주가조작 투자극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투자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수익을 정산한 방식은 라덕연 일당의 수법과 동일하다. 김씨는 투자자 명의로 증권 계좌 개설·휴대폰 개통을 하기 위해 신분증과 투자자 명의의 은행계좌, 휴대폰 유심칩 등을 요구했다. 이는 라덕연 일당이 투자자 명의 휴대폰으로 투자에 나섰던 것과 일치한다.

김씨가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매수 종목은 다우데이타·선광·서울도시가스·삼천리 등으로 ‘SG증권발 폭락사태’ 해당 종목과 일치한다. 주가폭락 전 투자 수익이 나는 경우 투자자로부터 수익금의 50%는 투자 수수료 명목으로 현금으로 전달받았다. 라 대표 일당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의 50%를 투자 수수료로 받는 등 같은 방식을 이용했다.

투자 방식과 수익금 정산 방식도 라덕연 일당의 수법과 유사하다. 김씨는 투자자들에게 투입금액을 자신 명의의 일반 은행 계좌에서 증권계좌로 옮기도록 했다.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정상적인 투자로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현금으로 보증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SG증권발 폭락사태’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말 '휴대폰 통정매매 보도'가 나오자 김씨는 투자자들에게 제출받아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돌려주거나 부수는 등 뒷수습을 하려 한 정황이 있다. 한 투자자는 "라덕연 사건이 터지자마자 김씨가 휴대폰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김씨를 통해 A씨 등의 투자금을 받아 운용한 세력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지도 않은 채 투자금액 이상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도 'SG발 주가폭락'으로 원금 이상의 피해를 봤다. 라 대표 일당이 활용한 차액결제거래(CFD)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 5000만원 이상, 연 소득 1억원 이상(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순자산 5억원 이상, 해당 분야 1년 이상 변호사, 공인회계사(CPA) 등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주식 신용거래 등의 방식도 활용됐다. 소시민이었던 A씨의 투자 역시 주식 신용거래 방식으로 이뤄졌고, 이 때문에 원금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A씨는 이런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덕연 일당을 구속 수사중인 서울남부지검은 김씨 관련 내용 등도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는 김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김씨는 통화를 거부했다.

※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타·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