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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설] 의원 비위 뭉개는 일 하는 국회 윤리위, 김남국 징계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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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거액의 코인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30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지역사무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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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100억원대 코인’의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징계안이 특위에 회부된 지 12일 만이다. 비교적 신속하게 회의가 열렸다. 여야는 자문위 의견 제출 기한도 30일로 줄였다. 그만큼 ‘김남국 코인’에 집중된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윤리특위가 실제 김 의원을 징계할지는 미지수다.

한국 국회 윤리위는 비위 의원을 징계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문제를 뭉개기 위한 기구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2020년 4월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윤리위에 올라온 의원 징계안 38건 중 처리된 것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했다. 징계가 의결된 사례가 18대 국회 4년간 1건, 19대 국회 4년간 1건이었고, 20대 국회에선 전무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마지못해 동료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지만 그걸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민주당 스스로 윤리특위에 제소한 박완주 의원, 위안부 후원금 유용 등의 혐의로 제소된 윤미향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박덕흠 의원 등도 그렇게 유야무야 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김남국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앞선 38건의 징계안은 그대로 두고 김남국 징계안부터 처리하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윤리위에서 여야가 제명에 합의해도 실제 김 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이는 개헌 발의와 똑같은 수준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제명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수십억원대 신생 코인을 거래·보유한 의혹, 가상 자산 과세를 유예하고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법을 만드는 등 이해 충돌 논란,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도중 수시로 코인을 거래한 정황 등으로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자체 조사와 징계, 코인 매각 지시는 없던 일이 됐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보면 이제 여야가 갑론을박하다 김 의원 징계 결론을 못 내리는 순서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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