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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세계 주요국 중 가계 빚이 GDP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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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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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이어진 통화긴축 기조에도 한국의 가계 빚은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빚이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계 수위에 다다른 가계 빚이 금융과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주요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였는데도 여전히 1위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 자영업 위기와 ‘빚투’ 열풍이 겹쳐 전례 없이 불어난 가계부채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50조 원을 넘어선 가계 빚은 경기 침체, 고물가 등과 맞물려 대출 부실과 취약 가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미 1분기에 벌어들인 것 이상을 쓴 적자가구는 27%나 된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연체율도 3월 말 평균 5%를 넘어섰다. 저신용·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층부터 부채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반으로 잇달아 낮춘 가운데 위험 수위로 불어난 가계 빚이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는데, 임계치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여기에다 최근 대출 금리 하락과 부동산 거래 증가로 주춤하던 가계 빚이 다시 늘어날 조짐이어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가계 빚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채 통계엔 잡히지 않지만 우리 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전세보증금이나 사실상 가계 빚이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면 부채 쓰나미가 한꺼번에 몰려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9월이면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해준 조치도 끝나 선제적으로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와 금융권은 부채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한편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채무자를 집중 관리해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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