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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선관위 ‘아빠 찬스’ 최소 10명…여 “검 수사” 야 “장악 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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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유감 표명·개혁안 발표

경향신문

노태악 선관위원장 긴급회의 참석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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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의혹 6명 이외 추가 확인
권익위와 합동 전수조사 검토
사무총장 외부인사 임명 논의

여당 “기관장 사퇴하라” 공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위직 간부들의 잇단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여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직접 외부 조사를 포함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국민의힘은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뿐 아니라 노 위원장도 사퇴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30일 선관위에 따르면 내부 조사에서 특혜 채용 의혹 대상자는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 상임위원 등 기존 6명 외에도 추가로 더 확인됐다. 의혹 대상자는 최소 1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마다 제각각인 경력채용 실시 방식이 채용 의혹으로 번지기도 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충북선관위 ‘2018년도 경력경쟁채용 시험 실시 계획’ 내부 문건에는 송 사무차장 자녀 송모씨의 성명, 생년월일, 주요 경력과 학력 등 인적 사항이 기재됐다. 2015년 전북선관위, 2016년 울산선관위의 채용 계획 문건에는 기재되지 않은 사항이다.

박 사무총장의 딸 박모씨는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월 전남선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비해 실시한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9급에 채용됐다. 송 사무차장 자녀 송씨는 충남 보령시에서 8급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2018년 선관위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8급으로 합격했다.

당초 선관위는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채용”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고용세습”이라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4일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감사는 신 상임위원, 김모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등 4명으로 확대됐다. 선관위는 지난 23일 5급 이상 전·현직 간부 자녀의 경력채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조치에도 검찰 수사 등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소속 의원들은 같은 날 경기 과천시 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 등과 면담했다. 결국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지난 25일 사퇴했다.

선관위는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을 거부했다는 논란으로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북한 해킹에도 보안 검증 거부하는 선거관리위원회”라며 전 정부 인사들이 선관위 주요 직책을 ‘알박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4월 지명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자체 점검을 하겠다고 했지만 여당 압박이 이어지자 지난 25일 국정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외부기관과의 합동 보안컨설팅 절차를 밟기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노 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행정안전위원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이 국정원을 내세워 선관위를 흔들더니 선관위 인사 장악을 위해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명백한 정치적 술수”라고 했다.

선관위는 강도 높은 전수조사와 인사제도 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31일 긴급위원회의 직후 노 위원장이 현 상황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개혁 방안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6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사 결과에 따른 수사 의뢰 등 특별감사위원회의 요구 사항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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