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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리병철 “위험한 美 군사행동 실시간 추적”… 합참 “면밀 주시” [北, 군사정찰위성 6월 발사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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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력강화 내세워 발사계획 발표

“위성1호 곧 발사… 다양한 정찰수단 시험”

한·미 격멸훈련·잠수함 전개 등 열거하며

“유례없는 적대행위” 정당방위 여론전

“美 정찰자산 가동, 평양 물론 주변국 위협”

中·러에 ‘함께 대응하자’ 메시지 보내

IMO에 5월 31일부터 6월 11일 발사 통보

VOA “동창리 로켓조립건물·발사대 밀착”

합참, 예정대로 서북도서 방어 훈련 돌입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시점은 6월이 될 것이며, 다양한 정찰수단 시험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어 북한군 서열 2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자위력 강화 입장문’을 내고 “정찰정보수단 확대와 각이한(각기 다른) 방어 및 공격형 무기들의 발전 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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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입장문에서 그는 “오는 6월 곧 발사하게 될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새로 시험할 예정인 다양한 정찰수단은 침략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 무력들의 위험한 군사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 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적 준동이 불러온 현 정세하에서 우리는 정찰정보수단의 확대와 각이한 방어 및 공격형 무기의 갱신 필요성을 부단히 느끼고 있으며 그 발전 계획들을 실행해 나갈 시간표들을 갖고 있다”며 “포괄적이며 실용적인 전쟁억제력 강화 활동들을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라는 한·미·일 등 국제사회의 반발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라는 여론전을 펼쳤다. 특히 발사 후 가해질 대북제재 논의에 대비하려는 듯 우군인 중국·러시아를 향한 메시지와 외교전을 벌였다.

리 부위원장은 한·미 연합 합동화력격멸훈련, 미 해군 전략잠수함 전개 등 우리 측의 정당한 군사 활동을 열거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가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한·미가 정찰자산을 가동해 북한을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콕 집어 언급하며 자신들 정찰수단도 정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리 부위원장은 “미군 공중정찰자산들의 작전 반경과 감시권은 평양은 물론 주변 국가의 종심 지역과 수도권까지 포괄, 주변 국가들에 있어서 심각한 위협으로 된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중국의 반대를 사전 차단하면서 북·중이 함께 대응하자는 대중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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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3일 위성으로 촬영해 공개한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새 서해위성발사장 건설 모습. 기존 발사장에서 남동쪽으로 약 2.7㎞ 떨어진 지점에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SI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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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외무상이 주북 러시아 대사와 회담한 사실도 이날 공개됐다.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가 최 외무상과 회담했다며 “양측은 여러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상황과 전망을 논의했다”고 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 계획과 관련 내용, 향후 대응까지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그간 유엔 안보리 성명을 통한 경고, 안보리 결의 발표를 통한 금지행위 추가와 압박, 결의 위반 시 제재 부과 방식으로 북한의 불법행위를 통제하려 해 왔다. 그러나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고 나서면서부터는 이 같은 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성 발사 마지막 준비 단계도 포착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민간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로켓을 최종 장착하는 역할을 하는 조립 건물 2개동이 모두 발사대 쪽으로 이동, 바짝 밀착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로켓 조립을 마치고 발사대 장착 단계라는 징후다.

북한은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 해사안전국에도 이메일로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발사 일정은 한국 시간으로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다. 북한은 전날 해당 지역 조정국인 일본에도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지역별 조정국 외에 IMO에 직접 알릴 의무는 없지만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이를 알린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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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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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 정보 당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위성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군이 파악한 북한 정찰위성의 성능 등에 관해서는 “군사 작전에 관련한 내용”이라며 언급을 삼갔다. 군은 예정대로 이날부터 6월1일까지 서북 도서 일대에서 합동도서방어 종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에는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 주관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전력이 동시에 참가한다.

북한이 발사 시점으로 예고한 다음달 11일까지 날씨는 위성 발사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 일시적으로 비가 내리겠으나 다음달 9일까지 북한 전 지역이 대체로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북은 한때 구름이 많겠으나 맑은 날씨가 이어져 위성 발사에는 무리가 없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확산방지구상(PSI) 회의 뒤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찰위성 제작에 필요한 물품 선적 제재 등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잘 논의됐다”고 밝혔다.

김예진·구현모·박유빈·서필웅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서귀포=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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