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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핵심광물 中 의존도 높은 배터리기업, 美 IRA가 '독' 될라 [미·중 사이에 낀 K배터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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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우려단체 세부지침 곧 발표
中 조달·제련업체 다수 포함땐 국내 배터리기업들 타격 불가피
"80% 대체하긴 사실상 불가능"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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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6월 중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제외 대상인 '해외우려단체'(FEOC) 세부지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내 배터리 핵심 광물 조달·제련업체 다수가 FEOC로 선정되면 대중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사들에 큰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국내 배터리를 탑재한 완성체 업체들이 IRA 보조금 절반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르면 6월 해외우려단체 발표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르면 다음달 IRA 관련 구체적인 FEOC 대상을 발표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을 FEOC로 지정했지만 아직 개별 회사, 그룹 등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배터리업계는 해외우려국가가 정해진 만큼 이들을 설립상의 국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우려단체에 다수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 광물 조달·제련업체 상당수가 FEOC로 지정되면 국내 배터리사들의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배터리사들의 대중국 배터리 8대 핵심광물 의존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아직 공급망 다변화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한국산 배터리 탑재 완성차가 IRA에 따른 보조금 조건을 충족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올해 발표한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 북미 지역 내 생산 및 조립 △핵심광물의 40% 이상 북미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본 포함) 내 추출 혹은 가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전기차 구매 시 각각 3750달러씩 총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특히 배터리 조립의 경우 2023년 50%에서 2029년 100%로, 핵심광물의 경우 현재 40%인 비율은 2027년 80%로 매년 단계적으로 상승한다.

■북미 배터리 투자 '양날의 검'

전문가들은 오는 2027년까지 중국 이외 지역에서 핵심광물 80%를 조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본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강점은 광물 제련 부문"이라며 "기술도 기술이지만 제련 시 발생하는 환경파괴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의 경우 환경 정화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제련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배터리사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들이 직접 받는 혜택은 IRA 보조금이 아닌 생산세액공제(AMPC)이지만, 예상대로 FEOC에 중국 업체가 다수 포함되면 결국 최종 단계인 배터리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AMPC는 미국 내 배터리 셀 생산 시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 시 45달러 보조금을 받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해외우려기관에서 추출된 광물 활용이 2024년 말까지 연장돼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024년 말까지 해외우려국 광물 활용이 연장됐어도) 당장 중국 공급망 탈피는 어렵다"며 "길게 보고 누군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세부조항이 발표되지 않은 것도 악재다. 이상영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사실 현재까지는 (IRA 조항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정확한 내용은 (미국의) 발표 후 알겠지만, 핵심광물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배제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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