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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악몽된 '괌' 신혼여행...식수 부족한데 공항서 물 버려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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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못자고, 언제 귀국할지 '깜깜'...정부 지원은 '캄캄'

식수 중단에 제대로 밥도 못 먹어 '안절부절'

씻지도 못하고 피부병까지...습기 많아 호텔 카페트에 '버섯'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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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마와르'가 괌을 강타한 가운데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행객 A씨는 지난해 5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출국길이 막히면서 지난 19일 1년 뒤늦은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늦은 만큼 기대에 부풀었던 신혼여행은 괌에 접근한 태풍 중 60년 만에 가장 강력했던 마와르로 악몽이 됐다.

태풍이 체류하던 호텔을 덮치면서 창문이 깨지고 건물 천장과 외벽이 무너져 내려 당장에 기거할 공간이 없었지만 A씨는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교부는 지난 29일 신속대응팀 현지 파견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현지에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웠단 지적이다.

A씨는 "24일 태풍이 통과했는데 정부에서 태풍 관련 재난 문자를 보낸 것도 하루 전날인 23일이 처음이었다"며 "그 전에는 문자 등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데 국내 언론 보도에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처럼 나오더라"고 꼬집었다.

단수가 지속되면서 남편 B씨는 씻지 못해 피부병을 얻었고 일부 호텔에선 식수까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정부가 마련한 생수 등은 공항에만 배치됐다.

이 탓에 물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굴렀던 체류객들은 비행기 탑승 전 목만 축인 채 물을 그대로 버리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기내에는 액체류를 가지고 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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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단수된 호텔이나 교민들에게 물을 주면 더 좋았을 텐데 공항에 셋팅만 해 놓고 적극적인 안내도 없어서 물이 다 버려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급파된 국내 민항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광객 C씨는 "대한항공 항공편의 경우 좌석이 많이 비었는데도 고립된 체류객을 다 싣지 않고 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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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18년 사이판 태풍 당시 정부가 군 수송기를 통해 국민 799명을 괌으로 이동시킨 사례를 들면서 이번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단 비판이 일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공항이 폐쇄된 상태에서 군 수송기도 진입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입장 차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최대 풍속이 시속 144km에 달할 정도로 강력했던 태풍 마와르로 괌 국제공항은 지난 22일 공항을 일시 폐쇄했다. 이에 한국인 관광객 3200여명은 일주일 넘게 현지에서 발이 묶였었다. 고립됐던 체류객들은 29일 오후부터 속속 귀국 길에 오르고 있다.
아주경제=최오현 기자 coh512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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