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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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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엔씨 야심작 '쓰론 앤 리버티'…'리니지'와 차별화 고민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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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등 확률적 요소 대폭 줄이고 스토리와 그래픽도 보강

'리니지'의 단점으로 꼽힌 부분 보완 위해 노력…서구권·콘솔 유저 염두

전투의 단조로움은 가장 큰 아쉬움…'오픈월드'도 아직은 불완전

정식 서비스까지 시간 어느 정도 남아…글로벌 흥행 여부 주목

아주경제

쓰론 앤 리버티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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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씨소프트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가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동안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TL은 엔씨의 올해 최대 기대작이다. 회사 측은 TL을 통해 서구권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과 콘솔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확대를 선언했다. 그간 엔씨에게 막대한 매출을 가져다 줬지만, 동시에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극단적인 'P2W(Play to win)' 비즈니스 모델(BM)로 입방아에 오르내린 '리니지'의 색깔을 벗으려는 움직임을 TL에서 살필 수 있었다.

TL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리니지'와 거리가 있는 BM이었다. TL 내에도 리니지 시리즈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중심이 되는 변신, 마법인형 등이 접목됐지만 이곳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높은 등급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들 요소가 직접적으로 전투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상점에는 유료 재화 '루센트'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었지만 이 역시 확률형 아이템은 아니었다. 장비와 스킬을 강화할 때 강화 수치가 오르는 정도나, 의뢰 보상으로 5가지 아이템 중 하나가 무작위로 정해지는 부분에서는 확률이 접목됐지만 이 역시 실패 확률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과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베타 테스트 기준으로 TL의 핵심 BM은 '시즌패스'였다. 게임을 하면서 미션을 달성해 포인트를 쌓고, 각 포인트 구간별로 각종 아이템을 지급하는 형태다. 일정 금액을 내고 '프리미엄 패스'를 구입하면 무료 패스에서 얻는 아이템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프리미엄 패스 구성품에도 능력치를 직접 올려주는 요소는 없었고 모험·전투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각종 아이템이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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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는 이번 베타테스트에서 TL의 BM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 없이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식 출시 후에도 이 같은 BM을 유지한다면 리니지와의 차별화 시도가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립하는 데도 나름대로 공을 들였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가 어떻게 '별을 품은 아이'라는 칭호를 얻게 됐는지, 어떻게 아키움 군단과 대립하는 '저항군'이 됐는지 등을 다룬 컷신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나온다. 이를 튜토리얼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컷신 전체에 한국어 풀 더빙을 입혀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스토리가 덜 부각되는 편이었는데 TL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게 되는 각종 의뢰에도 최대한 이야기를 엮고자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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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월드'를 표방한 가운데 그래픽적인 면에서도 발전됐다. 그간 엔씨가 출시했던 모바일 게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높은 곳에서 필드를 조망하면 언덕과 평원, 숲과 호수, 너른 들판과 바다 등이 조화롭게 구성돼 탁 트인 느낌을 줬다. 향후 대규모 전투 등에서 이러한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였다. 지역별로 명암, 색감 등의 차이점이 뚜렷해 모험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 필드 곳곳에는 각종 책과 편지가 숨겨져 있는데, 이를 모으면 보상을 줘 탐험의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TL이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달리 한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모바일 게임이 아닌, 서구권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역을 염두에 둔 PC·콘솔용 게임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선점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P2W를 중심으로 한 MMORPG는 글로벌, 특히 미국·유럽에서는 익숙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엔씨도 고민 끝에 적잖은 폭의 변화를 준 모습이다. PC는 물론 콘솔 기기 출시까지 공언한 것 역시 서구권에서 콘솔 시장이 큰 데 따른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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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리니지'의 탈을 벗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전투다. 기본적으로 자리를 잡고 주변에 몰려드는 몬스터를 하나씩 처리하면서, 자동 회복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투 방법이었다. '타기팅' 방식으로 고정된 적 1명에게 기술이 향하는 방식인데 이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똑같다. 최근 액션 RPG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르기 등 각종 회피 모션, 무빙샷(움직이면서 공격하는 것)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몬스터의 공격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반격' 스킬을 쓰는 것이었는데 액션 RPG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다. 전투 시 타격감 역시 비슷한 류의 다른 게임 대비 특별할 것은 없었다.

자동전투는 '스텔라포스'로 이름만 바뀐 채 도입됐다. PC 게임에 자동전투를 도입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전투를 할 때 모바일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전투 양상이 단순하고 컨트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동전투 기능을 활용하게 된다.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각종 퀘스트가 '몬스터 몇 마리 사냥해라', '아이템 몇 개 구해와라' 등 전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반복적인 컨트롤보다는 자동전투가 효율적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자동전투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서구권 게이머들을 공략할 때는 난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였다.

TL이 이러한 전투 방식을 택한 것은 MMORPG에서 필수적인 이용자간대결(PvP)이나 대규모 전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보스 몬스터를 동시에 공략하는 '레이드'를 할 때, 혹은 기원석 등을 차지하기 위해 다대다로 플레이어 간 전투를 벌일 때 논타기팅 방식을 활용하면 자칫 스킬이 의도와는 달리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컨트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다만 현재는 논타기팅 시스템을 도입한 MMORPG도 많이 있고 어느 정도의 컨트롤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들도 많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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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월드 요소를 접목은 했지만 완전하지 않은 부분도 여럿 보였다. 게임 시연 당시 눈길을 끌었던 '갈고리' 액션을 정해진 몇몇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또 필드 곳곳을 제한 없이 이동 가능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등 외진 지역에 다다를 경우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아 굳이 시간을 들여 곳곳을 탐험할 유인은 다소 떨어졌다. 퀘스트 역시 스토리를 엮으려 했지만 결국 실제 퀘스트 내용은 대부분 '몬스터를 몇 마리 사냥해라'로 귀결돼 다양성 면에서 다소 부족했다.

엔씨는 TL을 통해 기존 리니지 모델과의 '거리두기'를 고민했고 이는 게임 곳곳에 실제로 반영됐다. 다만 이용자들이 리니지와 TL을 다른 게임이라고 보다 확실하게 느끼고, 리니지와 더욱 차별화된 재미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아직 베타 서비스이니만큼 정식 출시 전까지 게임성을 개선할 시간은 남았다. TL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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