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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손흥민 입단 이래 최악 성적 토트넘, 왜? [한준의 EPL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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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트넘의 손흥민이 29일(한국시각) 영국 리즈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돌파하고 있다. 리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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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을 찾았을 때만 하더라도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했고, 토트넘은 3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했다. ‘짠돌이’로 불리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구단주 조 루이스의 사비를 끌어내 이적 시장에 1억파운드(1634억원) 이상의 돈을 투자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한국 투어 전에 주요 선수 영입을 완료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이반 페리시치(크로아티아), 이브 비수마(말리), 히샬리송(브라질) 등 영입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린 프리시즌 일정부터 함께했다.

하지만 2022~2023시즌 최종 결과, 토트넘은 8위에 그쳤다. 콘테 감독은 지난 3월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을 향해 적나라한 공개 비판 발언을 쏟아낸 뒤 해임됐다. 토트넘은 2023~2024시즌에는 유럽 클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한다.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08~2009시즌 리그 8위를 차지한 이후 14년 만의 최악의 성적. 토트넘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1차적으로는 콘테 감독의 선수단 구성 작업 문제가 크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적재적소에 돈을 쓰지 못했다. 손흥민과 케인에 의존한 공격 패턴을 다양화하기 위해 영입한 페리시치는 손흥민과 전술적 부조화를 겪었다. 개인적으로는 리그 8도움으로 케인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으나 크로스 중심 축구로 케인이 문전에만 머무르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이로 인해 케인이 뒤로 내려가 패스를 뿌리고 손흥민이 해결하는 득점 패턴이 가동되지 못했다. 두 가지 패턴을 모두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손흥민과 케인을 대신할 자원이 아닌 지원할 자원을 영입하지 못한 선택이 아쉬운 대목이다.

콘테 감독은 스리톱 공격과 좌우 윙백을 중심으로 하는 플랜A에 집착해 창의적인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았다. 전술 다양성이 부족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장기 부상을 당한 뒤 창의성은 더 실종됐다. 비수마는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전급 센터백 보강에 실패해 수비 불안이 지속됐다. 손흥민은 전반기 안와골절 부상 속에 2022 카타르월드컵에 참가해 시즌 중 절반 가까이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하지 못했다. 리그 10호골 및 공식 경기 20호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것은 저력을 발휘한 결과다.

콘테 감독의 오판도 아쉽지만 최종 책임은 레비 회장에게 있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를 감행하면서도 정작 콘테 감독이 요청한 최우선 영입 대상 보강을 이루지 못해 투자한 돈만큼 효과를 얻지 못했다. 유벤투스 재임 시절 회계 장부 조작 문제로 재판에 휘말린 파비오 파라티치 토트넘 풋볼 디렉터가 1월 겨울 이적 시장 기간에 징계를 받아 후반기 반등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혼선을 빚었다.

레비 회장이 파라티치의 거취를 빠르게 정리하지 못해 콘테 감독이 3월 사임한 상황에도 후임 감독 인선에 실패했다. 콘테 감독이 물러난 시점에 토트넘은 여전히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이 가능했지만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 코치, 라이언 메이슨 코치 등을 대행으로 선임해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의 중요한 시점에 무너졌다.

결론적으로 빠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레비 회장의 경영 실패가 올 시즌 토트넘의 추락의 결정적 요인이다. 토트넘은 브렌트퍼드와 홈 마지막 경기에 1-3 역전패를 당해 유럽 대항전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고, 서포터즈는 경기 도중 ‘레비 아웃’을 새긴 풍선을 그라운드에 투척했다.

“이적 자금으로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현명하게 돈을 써야 한다. 올바른 전략이 없다면 그 돈은 통하지 않는다.”

한때 토트넘 감독직에 연결됐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해 리그컵 제패,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남긴 말은 토트넘 구단 운영에 경종을 울린다.

<풋볼아시안> 발행인 founder@football-a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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