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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KLPGA투어에 태풍 몰고 온 방신실의 우승[김정훈의 리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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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방신실(19)이 투어 데뷔 5경기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습니다. E1 채리티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린 28일 강원 원주시 성문안CC에는 당일에 비가 많이 왔는데도, 2000여 명의 팬들이 방신실의 우승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 했습니다. 방신실은 우승 소감으로 “풀시드를 얻어서 정말 좋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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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이 28일 강원 원주시 성문안CC에서 끝난 KLPGA투어 E1 채리티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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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할 것입니다. 지난해 시드전에서 40위의 성적표를 받아 이번 시즌 KLPGA투어 10개 안팎의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할 상황에서 이젠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방신실은 우승 전 참가 신청을 받았던 롯데오픈은 참가하지 못하지만, 6월 9일부터 열리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을 시작으로 풀시드 자격자로 모든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방신실, 이번 시즌 KLPGA투어 판 흔든다

방신실의 우승은 단순히 ‘풀시드를 얻었다’라는 본인의 생각 이상으로 이번 시즌 KLPGA투어의 판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보입니다. 방신실은 E1 채리티오픈 우승으로 이번 시즌 개인 타이틀 부문 랭킹 자격을 얻었습니다. 개인 타이틀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체 투어 대회의 50% 이상을 참가해야 하는데, 방신실이 우승한 E1 채리티오픈이 올 시즌 10번째 대회이자 방신실의 5번째 참가 대회였기 때문에 자격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대회 참가도 이어질 예정이니 랭킹 경쟁도 이어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30일 현재 방신실은 5개 대회에 참가해 우승 포함 3차례 톱5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조건부 시드’ 자격에서도 모은 포인트가 꽤 됩니다. 방신실은 E1 채리티오픈 우승 뒤 대상포인트 146점으로 이 부문 6위에 올라섰습니다. 상금도 2억 7889만 원으로 6위에 자리했습니다. 5개 대회 만에 상금 2억 원을 넘긴 것은 방신실이 처음입니다. 현재 방신실의 샷감을 고려할 때 방신실은 이 부문에서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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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자들은 통상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인 방신실은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아이언샷 지수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비거리와 정교함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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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은 스코어와 기술 부문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KLPGA투어 선수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평균타수(최저타수) 부문에서 방신실이 1위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박지영(27)이 이 부문 선두를 유지했는데 방신실이 박지영을 제친 것입니다. 평균버디 개수, 버디율, 파브레이크율도 박지영이 1위였는데 모두 방신실에게 자리를 내줬습니다.

압도적인 장타로 잘 알려진 방신실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통상 장타자들은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신실은 그린 적중률도 1위입니다. 드라이브를 멀리 보낸 뒤 정교한 아이언샷을 통해 그린에 잘 올려둔다는 것입니다. 방신실은 이 지표를 보여주는 아이언샷 지수도 1위입니다.

● 신인왕 경쟁 넘어 후원사 경쟁까지 부추긴 방신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 데뷔한 방신실은 신인상 경쟁의 판도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방신실의 등장으로 이번 시즌 루키들이 매우 긴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신인상은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KLPGA투어에 데뷔하면서 신인상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인왕이 된 이예원(20)도 “루키 시즌에 가장 큰 목표는 신인왕이었다”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신인상 포인트는 대회 규모와 순위에 따라 차등으로 주어집니다. 방신실이 우승한 E1 채리티오픈의 총상금은 9억 원이어서 방신실은 270포인트를 가져갔습니다. 또 신인상 포인트는 컷 통과만 하면 조금이라도 주어지기에 방신실은 그간 모은 포인트를 합산해 단숨에 651점으로 3위에 올라섰습니다. 2위 황유민(20)과는 31점 차, 1위 김민별(19)과도 150점 차이입니다.

루키들 경쟁에 후원사들도 덩달아 경쟁이 붙었습니다. 하이트진로와 KB금융그룹이 주인공입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전인지(29)가 하이트진로의 후원을 받다가 KB금융그룹으로 이동하면서 골프계에서 두 회사의 인연 아닌 인연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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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신인왕을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방신실(왼쪽)과 김민별.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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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이트진로는 매 시즌 1~2명의 선수를 후원하지만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발굴을 잘하는 것으로 골프계에서는 이미 인정된 사실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윤이나(20)를 후원했는데, 윤이나는 오구플레이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윤이나가 빠진 상황에서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이예원이 나 홀로 3000포인트를 넘기며 신인왕이 됐습니다. 윤이나는 오구플레이 논란으로 투어에서 중도 하차를 했음에도 1412점으로 8위를 했고, 지난 시즌 루키 중 유일하게 우승을 거둔 선수여서 윤이나가 오구플레이만 없었다면 신인상 판도는 바뀌었을 것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방신실은 본인이 우승하면서 후원사 경쟁 판마저 만들었습니다. 이번 시즌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던 김민별은 하이트진로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방신실이 합류하면서 이번 시즌도 두 회사는 KLPGA투어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방신실은 특유의 반달 웃음을 ‘방실방실’ 지으며 그저 풀시드를 얻어 좋다고 했는데, 자신의 우승이 이런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방신실의 우승이 어떤 거대한 태풍이 될지 골프계에서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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