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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반도체·中 부진, 5월 韓수출 '-16%'…"노동생산성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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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0일 반도체 -35%·中 -29%

4월까지 중간재 수출 中·베트남 -28%

"임금·인력문제 풀고 생산성 높여라"

"근로시간 단축, 임금 상승은 좋은 일이다. 다만 이를 지속하려면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노동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은 이 둘 다 여의치않은 것이 문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 센터 '무역현안 관련 4차 언론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액공제, 현금지원 등도 좋지만 수출 약점을 극복하려면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실근로시간 완화 속도를 늦추고 유연 근로제를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 대응 방안으로는 기업이 중국을 무시할 수 없으니 철저히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1~4월 수출은 200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1% 감소했다. 수입은 2262억달러로 같은 기간 5% 줄었고 무역적자 규모는 253억달러였다. 5월 1~20일 수출은 3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줄었다. 수출 증가율은 1월 -16.4%, 2월 -7.6%, 3월 -13.6%, 4월 -14.3%였다. 무역적자액은 1월 125억달러, 2월 52억달러, 3월 46억달러, 4월 26억달러였다. 1~4월 국가별 수출 증가율은 중국 -29%, 베트남 -26.3%, 일본 -13.1%, 미국 1.3%, 유럽연합(EU) 5.2%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40.3%, 철강제품 -14.6%, 석유제품 -7.9%, 자동차부품 -3.1%, 승용차 43%였다.

무협은 수출이 부진했던 이유는 중국, 베트남, 홍콩, 대만 중간재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4월 중간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28.5%), 베트남(-28.2%), 홍콩(-43.8%), 대만(-38.5%), 미국(-13.7%), 일본(-15.5%), 인도(-1.1%) 모두 감소했다. 중간재는 완제품을 만드는 생산자가 쓰는 원료나 부품 등을 말한다. 반도체, 철강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경제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오른쪽)이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무역현안 관련 4차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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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특정 국가·품목 수출이 경기 불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 노동, 연구개발(R&D)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경영 여건이 나빠져 국내 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진 것이 진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작년 2.74%로 금융위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외 제조업 국내 설비투자액은 2017년 68조3000억원에서 2020년 46조3000억원까지 줄었다가 2021년 60조5000억원으로 회복했다. 2004년부터 17년간 제조업 해외투자는 외국인 한국 투자의 약 2배였으나 2018년 2.3배, 2021년 6.2배로 대폭 늘었다. 정만기 부회장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올 때 수출도 염두에 두고 투자할 건데 한국 비즈니스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투자를 유도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주52시간 근로제 같은 제도 때문에 노동 생산성도 낮아졌다. 2021년 한국 노동생산성은 42.9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 중 29위였다. 평균 53.6달러보다 10.7달러 낮았다. 노동생산성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주 40시간+12시간' 법정 근로시간이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이 급격하게 짧아지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사 결과 한국 주당 실근로시간은 2017년 42.5시간에서 2022년 37.9시간으로 5년 만에 4.6시간(1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감소율은 독일(-3.7%), 미국(-0.5%)보다 높았다.

반면 임금은 늘었다. 환율을 반영한 실질최저시급을 보면 한국은 2017년 6.82달러에서 2021년 8.76달러로 28.4% 늘었다. 같은 기간 영국(10.7%), 미국(-9.5%), 프랑스(-0.2%) 증가율보다 높았다. 정만기 부회장은 "임금 상승 폭이 한국 실력보다 너무 빨리 높아지고 실근로시간 단축은 너무 급격하게 진행 중"이라며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무협은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 모두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노동유연성 제고와 임금 안정, 고금리 금융애로 해소 및 조세부담 완화, 외국인 인력공급(E-9) 확대 등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외국과 최소한 동등한 비즈니스 환경 구축, R&D 생산성 제고, 출생률 제고 등을 꼽았다.

미중 갈등 대책에 대해서는 중국을 외면하거나 자극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소한 기업 차원에서라도 자사 사업 현황에 맞게 '실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만기 부회장은 "대만 경제 고위 관료를 만나보니 TSMC는 애국심이 아니라 오로지 사업적 판단에 따라 (미국)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라며 "장기적으로 반도체 이슈도 결국 정치적 판단보다는 비용·경제·상업적 판단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정치권이 아닌 기업이라도 중국과 교류해 실리를 챙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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