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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여전히 GDP 대비 ‘세계 1위’인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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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 부채가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을 웃돈다고 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어제 세계 부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올해 1분기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 102.2%를 기록해 조사 대상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았다고 공표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1년여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급속히 끌어올렸다.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3%포인트가 올랐다. 현재의 금리도 역사적 평균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시장 거품을 키운 초저금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통화당국이 경제 수축 부담을 무릅쓰고 긴축 기조의 끈을 조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계는 여전히 빚더미에 짓눌려 있다. 정상이 아니다. 경제 주체들이 통화정책에 저항하거나, 아니면 정책 경로를 뭔가가 막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 부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부채의 경우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무색하게도 1년 사이에 외려 더 늘었다. IIF 집계에 따르면 GDP 대비 한국의 비(非)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분기 기준 118.4%에 달했다. 1년 사이 3.1%포인트 더 늘어난 결과다. 이 같은 상승 폭은 베트남, 중국, 칠레에 이어 34개국 중 4위였다. 세계적 긴축 기조 속에서 지난 1년간 기업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역시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최근 한국의 기업 부채를 경고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28일(현지시간) 토마스 헬블링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을 포함한 관계자 3인의 블로그를 통해 “아시아는 높은 금리 속에서 늘어나는 기업 부채를 주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한국이 과녁에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4개 분기의 평균 이자보상배율(ICR)이 1에 못 미치는 기업이 세계적으로 16.7%다. 한국 통계는 더 심각하다. 이런 기업이 22.1%나 되는 것이다. ICR 1 이하는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조차 못 낸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가계 부채, 기업 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통화당국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하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5일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정도로 가야 한다. 취약계층의 사정을 세밀히 살피면서도 구조조정의 길을 여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래야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도 면할 수 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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