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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세는 주 1회 투약…‘위고비’ 다음 단계는?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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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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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간편히 살을 빼고 싶은 사용자의 욕망과 더 많이 팔고 싶은 기업의 야심은 건재하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어느 질환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만들었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주 1회 투약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그 중심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있다.

주 1회 투약 ‘굳히기’…먹는 약도 가시권


노보 노디스크는 2021년 6월 위고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2014년 ‘삭센다’에 이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다시 돌풍을 일으켰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높은 평균 15%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도, 주사 횟수는 주 7회에서 1회로 줄여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유사체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2017년 ‘오젬픽’이란 이름의 제2형 당뇨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았다. 위고비가 품절 대란을 겪으면서 오젬픽의 오프라벨(허가 외 사용) 처방까지 급증한 상태다.

이런 위고비보다 효능이 뛰어난 약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5월 당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고, 그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22.5%란 압도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발표했다.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의 오프라벨 처방 급증으로 지난해 5억 달러(6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만 적응증 허가는 연말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한 설비 증설에 들어갔다.

마운자로도 위고비처럼 주 1회 피하주사 방식이다. 비만 치료제의 투약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시장도 급격히 팽창해 지난해 100억 달러(13조2000억 원)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 1회 투약에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 약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화이자는 경구용 치료제(먹는 약) ‘다누글리프론’을 연구 중이다. 최근 공개한 임상 2상 결과, 다누글리프론 복용군은 16주 동안 체중이 4.54kg 줄어 오젬픽이 임상 3상에서 30주 동안 4.49kg 감소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훨씬 짧은 기간에 얻었다.

암젠은 월 1회 피하주사하는 ‘AMG133’의 임상 1상에서 3개월(12주) 만에 14.5%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12주차 데이터보다 빠른 속도다.

글로벌 기업이 꽉 잡은 시장…국내 제약사 도전


국내 기업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임상과 1상 단계 수준에 머물러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의 ‘YH34160’은 쥐·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약물 동태 시험에서 긴 반감기를 보이며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돼 인체에 주 1회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미국 임상 1상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위고비나 마운자로, 삭센다 등 비만치료제가 시장에 출시됐지만, 완벽하게 비만을 없애지는 못하고 있으며, 오래 복용했다가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찌는 상황이 발생한다”라면서 “YH34160도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의 ‘LB54640’은 지난해 6월 FDA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MC4R의 작용 경로를 표적하며, 1일 1회 먹는 치료제다. MC4R의 상위 경로 유전자에 결함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MC4R 단백질에 바로 작용해 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주사 치료 중심의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신약으로 차별화된 치료 경험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희귀 비만증 치료제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의 주사제 임시브리가 유일하다”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당뇨 신약으로 허가받은 ‘엔블로’에 식욕억제제 성분을 더한 ‘DWP306001’을 연구 중이다. 올해 상반기 임상 2상 진입이 예상된다. 광동제약은 연필향나무 유래 단일성분 제제로 지방분화를 억제하고 비만세포의 염증 반응을 감소하는 멀티 타깃 기전의 치료제 ‘KD101’의 임상 2b상과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당뇨 치료제로 개발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LAPS Triple Agonist)’, ‘랩스 듀얼 아고니스트(LAPS Dual Agonist)’ 등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비만에 대한 적응증 확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투데이/유혜은 기자 (eun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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