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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尹 "중산층 재건하라"…취약계층만 주던 혜택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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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산층 확대를 위한 정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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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중산층 복원’을 새로운 국정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약자복지 등 그동안 취약 계층에 집중해왔던 정책 혜택의 대상과 우선순위를 중위소득 계층으로 넓혀, 지난 정부의 이념적 경제정책으로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방안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중산층은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자유민주주의의 뼈대”라며 “어려운 경제 속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산층 복원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두터운 중산층은 국가의 안전판”이라며 “정부는 활기찬 시장 정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취약층이 중산층에 두텁게 편입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뒤 비공개회의에서도 “국가 정책의 기준을 중산층으로 삼아야 한다”며 “중산층을 재건하고, 중산층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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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친교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중산층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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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난방비 대란 당시 윤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 부담을 경감하라”며 중산층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국정 전반에 걸쳐 중산층 정책을 요구한 건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정책만으론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하기 어렵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중산층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만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옆자리에 앉아 중산층에 관해 나눈 대화도 언급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G7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의 확대가 경제 성장과 국방력 강화뿐 아니라 계층 간 갈등을 줄여 자유민주주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며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중 바이든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룬 대화 일부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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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난방비 폭탄으로 아파트 관리비가 90만원까지 치솟았을 당시, 윤 대통령은 중산층에 대한 지원 방안을 지시한 바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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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델라웨어주 출신으로 ‘중산층 조(Middle class Joe)’ 혹은 ‘보통사람 조(Average Joe)’라는 별명을 지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정 최우선 과제로 ‘중산층 재건’을 강조해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지난해 말부터 ‘국가시스템의 정상화’와 ‘중산층 재건’을 올해의 어젠다로 생각해왔다”며 “상반기가 외교의 시간이었다면, 하반기는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도 정책 대상이 될 ‘중산층’ 개념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중위소득 75∼200% 사이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지난해 4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월 512만원으로, OECD 기준을 적용하면 중산층의 소득 범위는 월 385만원에서 1020만원이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 중 소득 하단 선에 놓여 취약계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들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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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서치가 노컷뉴스 의뢰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4.7%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책 방안 역시 고민되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과거 정부의 단골 정책인 세제 혜택의 경우 경기 침체로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라 여의치 않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중산층 강조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올라선 만큼, 이젠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산층 복원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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