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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감시 사각지대 ‘신의 직장’ 어디 선관위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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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간부 3명의 자녀가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아버지 동료’들이었다고 한다. 지방 등에서 같이 근무했던 이들은 동료 자녀들에게 5항목 평가 대부분에 만점을 주었다. 일부 자녀는 보직·출장과 관사 배정 등에서 특혜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해 자체 감사에서 특혜 채용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징계 전에 면직 처리해 공직 재임용이나 연금 수령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헌법상 독립 기구라는 이유로 감사도 피하고, 징계와 그에 따른 불이익도 회피했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자기들끼리 이익을 누리는 ‘신의 직장’이 된 셈이다.

선관위의 특혜 채용 의혹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 자료 위조 의혹이 불거진 2020~2021년에 집중됐다. ‘아빠 찬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 채용을 밀어붙인 것은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독립성을 내세우며 설립 후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지 않았다. 외부에서 비리를 감시할 시스템이 마땅치 않으니 내부적으로 눈감으면 그만이었다. 직원 3000여 명의 거대 기관을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 기득권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공 기관과 공기업에서 외부 감시가 소홀한 허점을 이용해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품 수수와 채용 비리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직원에게 많게는 985만원까지 해고 예고 수당을 지급하고, 직원 연수비에 골프, 명절 선물 비용까지 포함해 문제가 됐다. 경기도청의 5급 공무원이 반도체 산업단지 예정지 인근 땅을 사들여 시세 차익 20억원을 거두고, LH 직원과 광명·안산시 공무원 등 수십 명은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한 의혹도 터졌다.

서울교통공사에선 무기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기존 직원의 자녀·배우자와 친인척이 최소 111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채용 비리 의혹을 받았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재정 고갈 우려 속에서도 모든 부서에 포상금을 지급했고, 산업은행 지점장은 유흥 주점에서 1500만원을 법인 카드로 쓰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투명한 내부 점검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외부 감시와 견제마저 없으면 부패하기 쉽다. 특히 힘이 센 권력기관일수록 그럴 소지가 크다. 선관위를 비롯, 폐쇄적 조직에 대해서는 건전한 외부 견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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