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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300야드 장타 골퍼’ 방신실에 열광하는 까닭은[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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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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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나드는 압도적 장타자 방신실은 골프 좋아하는 부모를 따라 7세 때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 “잔디에서 골프 치는 게 너무 좋고, 홀컵에 공 떨어지는 게 짜릿해서” 이듬해 부모를 졸라 정식으로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올해 19세인 그는 국내 프로 무대에 데뷔해 한국 여자 골프 사상 최장타자 중 한 명으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태권도 유단자인 아버지에게 173㎝의 훤칠한 키를 물려받았다. 스윙 스피드는 최고 시속 109마일, 평균 104마일 정도로 국내 남자 투어 선수 평균에 육박한다.

▶지난겨울 스윙 스피드 훈련에 집중해 비거리가 20야드 늘었다는 그는 “이 정도로 늘 줄은 몰랐는데 열심히 하니까 되더라”며 수줍게 웃었다. 순한 인상인데 마음만 먹으면 290야드를 넘기고, 쇼트게임과 기본기도 탄탄해 그린 적중률과 평균 타수까지 KLPGA 투어 1위다. 국내 최강자로 군림하다 미국 투어에 진출한 최혜진은 지난주 방신실과 함께 경기한 뒤 “거리뿐 아니라 쇼트게임도 잘해서 많이 놀랐다.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방신실의 스타성은 골프 팬들을 대회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첫 우승을 달성한 28일엔 빗속에 수백명이 그를 따랐다. 이날 그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안전한 경기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티샷 때 3번 우드를 자주 잡아 15번홀까지 페어웨이 적중률이 100%였다. 하지만 1타 차 단독 선두로 들어선 16번홀 승부처에선 과감한 공격 전략을 택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드라이버로 292야드를 보내 버디를 잡았는데, 같은 조 선수들보다 30~50야드가 더 나갔다.

▶그는 갑상샘 항진증 때문에 빈 스윙만 해도 숨이 찰 만큼 힘든 상황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다. 비거리 늘리는 데 필수로 통하는 체력 운동은 완치 단계인 현재까지도 못 하고 있다. 국가대표 에이스였는데 지난해 시드전 40위에 그쳐 올 시즌 2부 투어를 병행했다. 최근 한 달 사이 두 차례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실망과 좌절을 겪어내면서 나이보다 성숙한 멘털을 갖췄다. 감정을 누르는 데 익숙하다는 그는 간절히 기다리던 우승을 하고도 수줍게 웃으며 두 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가 얼른 내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방신실 열풍’은 한국 골프가 압도적 대형 스타의 등장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보여준다. 세계 최강으로 통하던 한국 여자 골프는 최근 몇 년간 침체에 빠져 국제 무대에서 부진하고 새 얼굴을 찾기 어렵다. “LPGA 투어에 꼭 가보고 싶다. 목표는 세계 랭킹 1위”라는 방신실이 활력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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