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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fn사설] 재정준칙 핑계로 유럽 가서 거액 쓰고 온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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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정준칙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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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제도를 살피고 오겠다며 지난달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유럽 3국 출장을 다녀왔지만 국회에서는 후속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은 8박10일 출장경비로 9000만원 가까운 경비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국민 세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외출장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윤영석 기재위원장과 류성걸·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신동근·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쓴 출장경비는 항공료 5496만여원, 숙박비 2173만여원, 일비·식비 366만여원, 사업추진비 643만여원 등 총 8876만원에 이른다.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하고 1인당 하루 호텔비만 50만원 넘는 과도한 경비지출이었다.

의원들이 유럽에서 의회 관계자 등을 만난 일정은 5개뿐이었다. 의원들은 보고서에서 재정준칙의 도입 필요성과 유연한 운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자평했지만 듣고 보고 온 것은 원론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조언을 해달라"는 민주당 김주영 의원의 질문에 스페인 하원의 재정·공공기능위원장이 "한국은 재정적자도 적고 채무비율도 낮은데 오히려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국에 되묻고 싶다"고 반문하는 촌극도 벌어졌다고 한다.

의원들이 돌아와서 재정준칙과 관련해 진전시킨 내용은 없다. 5월 임시국회에서도 재정준칙은 소위 안건으로 오르지 못하고 또 한 달을 넘기고 말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과시켜야만 재정준칙도 통과시킬 수 있다며 '법안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6월이 된다고 해서 민주당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결국 여야 의원들은 한통속이 되어 외유를 가기 위한 핑곗거리로 재정준칙을 둘러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재정준칙은 재정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규범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돼 입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여러 포퓰리즘적 법안을 내놓은 야당은 지출 억제에 부정적이다. 유럽으로 가서 무슨 소리를 듣는다고 태도를 바꿀 수도 없었다.

세수결손과 여행수지 적자가 뻔해 보이는 판국에 거액의 달러를 뿌리며 성과도 없는 출장을 떠난 의원들을 좋게 볼 국민은 없다. 차라리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쓰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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