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현대사진 거장 윌리엄 클라인···규칙·금기 깬 ‘가장 날 것의 스냅샷’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미뮤지엄, 세계 첫 클라인 유고전 ‘DEAR FOLKS’

회화·사진·영화·출판 등 경계 허문 120여점 선보여

‘시각예술 선구자’ 진면모 드러나는 전시

경향신문

화가, 편집자, 영화감독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 현대사진의 거장 윌리엄 클라인의 유고전이 한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클라인의 ‘Self Portrait, William Klein studio, Paris’(1983). ⓒEstate of William Klein. 뮤지엄한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사진의 거장 윌리엄 클라인(1926~2022)만큼 전방위, 팔방미인 예술가도 드물다. 사진이 등장한 이후 꼭 100년 만에 미국에서 헝가리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사진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든 ‘현대사진의 선구자’로 불린다.

당초 기하학적 추상화 작업의 화가인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붓에 이어 카메라를 잡았다. 거리의 사진가·패션 사진가로 저명하지만 기념비적 사진집을 만든 뛰어난 그래픽 디자이너, 출판 편집자이기도 하다. 더욱이 영화상을 수상할 만큼 20여 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경향신문

윌리엄 클라인의 ‘Candy Store, New York’(1954, 왼쪽)과 ‘Rolling Stones Concert, Paris’(1982). ⓒEstate of William Klein. 한미뮤지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라인은 사진과 회화·그래픽 디자인·영화 등을 넘나들며 경계 없는 예술을 꿈꿨고 결국 20세기 시각예술계에 한 획을 그었다. 경계 없는 예술가인 클라인의 다양한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뮤지엄한미 삼청(서울 삼청로)의 기획전 ‘DEAR FOLKS’다. 지난해 클라인 타계 이후 세계 첫 유고전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고전은 1950~1990년대 사진과 회화·디자인·영화·출판물 등 작품 130여 점과 관련 자료 40여 점으로 구성됐다.

경향신문

윌리엄 클라인이 패션지 <보그>와 협업한 당시의 ‘Antonia and mirrors, Paris for Vogue, 위쪽’와 인물들의 얼굴을 지운 작품의 세부. ⓒEstate of William Klein. 한미뮤지엄 제공, 도재기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에 있어 클라인은 사람들,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 날 것의 대도시 속살을 담아냈다. “가장 날 것의 스냅샷을 위해 인류학자가 줄루족을 대하듯” “카메라를 야수처럼 흔들며 혹사시켰다”는 그는 “기존의 사진 구성을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재구성했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기존 사진의 규칙·격식·금기를 깨고 한계를 넘어 도발적 작품들을 내놓았다. 초점이 흐리기도 하고, 근접 촬영으로 인물 피부와 필름 입자가 하나 될 정도였다. 피사체와 하나가 되고자 한 그의 사진 속 사람들은 지금 전시장 관람객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고 있다.

경향신문

클라인이 야외에서 촬영한 첫 사진작업인 ‘흑백의 몬드리안’(몬드리안 반스)의 전시 전경 일부. 도재기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과 뉴요커들을 담은 그의 사진집 <뉴욕>(1956)은 현대사진의 새 장을 열듯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어 <로마>(1959) <모스크바>(1964) <도쿄>(1964) <파리>(2002) 사진집으로 이어졌다. 전례가 없는 그래픽 요소의 도입 등 클라인이 직접 디자인한 사진집은 높은 수준으로 사진계에서 기념비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전시장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뉴욕> 초판본과 클라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편집구성안·목업 등도 나왔다.

경향신문

클라인의 ‘추상 작업 Untitled’(1952)와 전시장 전경 일부. ⓒEstate of William Klein. 한미뮤지엄 제공, 도재기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라인이 야외에서 촬영한 첫 사진작업은 ‘흑백의 몬드리안’(몬드리안 반스)이다. 1952년 그가 존경한 피에트 몬드리안이 자주 방문한 네덜란드 발헤렌섬을 찾은 그는 몬드리안의 작품 ‘구성’같은 농가주택의 선·면에 매료됐고 붓 대신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은 그가 아직 사진가가 아닌 화가의 눈을 지닌 듯 회화적 구도가 강조되고 있다.

경향신문

클라인의 사진집 <뉴욕> 중심의 전시장 전경(왼쪽)과 사진과 회화의 융합작업인 ‘페인티드 콘택트’(Painted Contacts) 연작 전시 전경 일부. 도재기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라인은 패션지 <보그>와의 협업하며 패션 사진계에도 새 장을 열었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모델들과 거리로 나가 모델과 거리의 활기를 대비·조합시키는가 하면, 거울을 활용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거나 모델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지우기도 했다. 패션사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치열하게 하며 자신만의 독창성을 구축한 것이다.

경향신문

윌리엄 클라인의 유고전 ‘DEAR FOLKS’의 포스터. 한미뮤지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대 클라인이 매달렸던 기하학적 추상의 초기 회화 작품은 물론 회화와 사진·그래픽 디자인 등을 융합시킨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1990년대의 ‘페인티드 콘택트’(Painted Contacts) 연작은 밀착 인화지(콘택트 시트) 위에 색을 칠한 작품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세계를 잘 보여준다.

또 말의 뜻보다 문자가 모여 내는 소리효과 등을 중시한 1940년대 프랑스 문학운동인 레트리즘(lettrism)에 영감을 얻은 ‘레트리즘 회화’ 연작, 영화 속 영상미도 감상할 수있다. 송영숙 뮤지엄한미 관장은 “클라인은 사진사적으로 획기적 이정표를 세운 한편으로 매체의 정형적 범주를 유쾌하게 비틀고 장르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든 혁신가”라며 “가장 사진적이면서도 사진의 틀을 넘어 다양한 매체를 탐구한 그의 진면모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17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