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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설마는 없었다…연기된 '국가부도' 8일 전, 美 부채한도 "최종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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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바이든-매카시, 협상 최종 타결

머니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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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우려하던 설마 했던 일은 없었다. 미국이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고비를 넘겼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디폴트 예상일(X데이)을 6월5일(현지시간)로 나흘 늦추고 협상 양측이 진전 소식을 내놓더니, 일요일인 28일 오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X데이를 8일 앞두고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에 최종 합의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미국이 디폴트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X데이 전 협상안이 의회(상·하원)를 통과해야 하는데, 공화·민주 양당 강경파에서 수용 불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설 것이라는 데 자신감을 보인다.


"부채 상한 유예하되 정부 지출 감축"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협상과 관련해 전화 회담을 갖고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두 사람은 전날 약 1시간 반 동안의 통화 끝에 부채한도 상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최종 합의안을 만들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안에 대해 "재앙적인 디폴트 위협을 없애고 어렵게 얻은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지킨다"고 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1월 19일 의회가 정한 한도인 31조4000억달러에 도달했고, 현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앞서 옐런 장관은 의회에 부채한도 상향을 요구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대규모 재정지출 삭감과 연계하며 이를 거부했다. 의회가 연방정부의 법정 부채한도를 제때 늘려주지 않으면 재무부의 자금 차입이 중단되고 미국은 부채 상환을 할 수 없는 디폴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와 관련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미국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인 2011년 이번과 비슷하게 부채한도 협상이 부진한 때가 있었는데, 당시 신용평가사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고 단기적으로 주식 가격이 추락하고 한국 증시도 악영향을 받은 바 있다. 부채한도 문제에 세계가 주목한 배경이다.

협상 양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2025년 1월(다음 대통령 취임 시기)까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한선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2024년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에는 연방정부 지출을 동결하고 그다음 회계연도에는 예산 증액 상한을 둔다. 2024년 회계연도에는 비(非)국방 분야 지출을 2023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5년에는 최대 1% 늘려주는 방식이다.

막판 쟁점이 됐던 푸드스탬프(식량 보조 프로그램) 등 연방정부의 복지 수혜자에 대한 근로 요건도 공화당 요구를 받아들여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사용 코로나19 예산 환수, 에너지 프로젝트 허가 절차 신속화 등의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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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회 의사당/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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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양당 강경파…바이든·매카시 협상안 통과 '자신'

미국이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를 피하려면 아직 상·하원 표결이라는 관문이 남았다. 공화당 강경 우파와 민주당 좌파 모두 이번 합의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의회 통과 과정에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랄프 노먼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거래는 정신 나간 짓이다. 국가를 파산시키는 데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위기가 코앞에 닥칠 때까지 (합의를) 지연해 공화당이 더 적은 요구를 하도록 압박하는 게 바이든의 전략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회 진보 모임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양보한 합의안 내용을 두고 "완전히 끔찍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백악관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모임 신민주연합의 전 의장이었던 진 하임스 하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공화당이 인질극을 벌였다며 "(이번 합의로)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합의한 정부 지출 삭감안은 강경 보수파의 표를 얻기에는 너무 온건하고, 진보파에겐 지나치게 엄격하게 비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 지도부는 의회 표결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의회는 이번 부채한도 상향 합의와 관련해 72시간의 법안 숙려 기간을 거쳐 오는 31일 표결에 부칠 전망이다. 현재 연방의회 하원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3석으로 야당이 우세하다. 상원은 민주당 51석, 공화당 49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하 양원에 "합의안 통과를 강하게 촉구한다"며 "(매카시) 의장과 나는 처음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은 초당적 합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매카시 의장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화당 의원) 95% 이상이 이번 협상 결과에 압도적으로 고무돼 있다"며 "우리는 마침내 처음으로 정부 지출을 삭감했다. 표결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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