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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경련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업 경영권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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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규제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경쟁기업이 보유한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이 불허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2년 매출실적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의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처분과 활용 동향을 분석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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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취득/처분 예정 공시 건수(자료: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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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기업 100개사 중 86개사가 자사주를 갖고 있으며 금액으로는 31조5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지분은 평균 4.96%로, 코스피 평균 4.36%보다 0.6%포인트(P) 높았다.

2018년 이후 5년간 조사대상 기업은 총 56건의 자사주 취득예정 공시를 했다. 공시에 밝힌 자사주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가 37건(66.1%)으로 가장 많았다.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 11건(19.6%) △이익 소각 6건(10.7%) △우리사주조합 등의 출연 2건(3.6%) 순이었다.

5년 간 조사대상 기업의 자사주 처분예정 공시는 105건으로 주주환원정책이 확산된 2021~2022년 집중됐다. 자사주 처분 목적의 과반수 이상(60건, 57.1%)이 ‘임직원의 임금·성과 보상’이었다. 타법인이나 외부와의 전략적 제휴 14건(13.3%) △우리사주조합 등의 출연 7건(6.7%) △인수·분할·합병 관련 7건(6.7%)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자사주의 처분 7건(6.7%) 등이었다.

기업의 연도별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자사주 소각 실적을 조사한 결과 2018년 이후 최근까지 총 29건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총 13조2430억원 규모다. 2018년 삼성전자가 7조1000억원, 2021년 SK텔레콤이 1조9000억원을 소각한 게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만 총 6건, 9667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해 지난해 전체 소각액의 8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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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기준 자사주 보유 현황(자료: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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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을 강제화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근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이익 환원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자사주 정책변화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 기업이 자사주 물량을 대거 주식시장에 풀 경우 소액주주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게 이유다. 일반법인 상법과 배치되는 문제도 제기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 이익범위 내에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기업에게 맡겼다. 자본시장법 혹은 그 하위법령(시행령)에 소각 강제 조항을 넣을 경우 법률간 충돌이나 하위법령이 상위법을 위배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효율적 방어 기제가 국내 기업에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자사주가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역할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경련은 우려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자사주 취득과 처분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뿐 아니라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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