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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초점]MBC, 넷플릭스에 IP 넘기고 얻은 뼈아픈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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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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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MBC는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 흥행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MBC가 기획·제작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로 공개해 국내외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종교를 다뤄 지상파에서 방송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고 하더라도, 피지컬: 100을 놓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상파 위기 속 생존을 위해 OTT 힘을 빌렸지만, 넷플릭스에 지적재산권(IP)을 내주고 PD들은 방송사를 떠나 씁쓸함이 클 수밖에 없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100 흥행으로 MBC가 벌어 들인 수익은 약 12억원이다. 국내 예능물 최초로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휩쓸었는데, 이러한 성과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제작비는 약 100억원 들었다. 지상파·케이블채널 예능물보다 큰 규모지만, 보통 드라마 제작비의 1/3이다. MBC가 IP를 포기할 정도로 큰 금액이 아닐 뿐더러 공동제작 등을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편성이 엎어졌고,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대는 대신 IP 권한을 모두 가져갔다. 피지컬: 100 성공 후 장호기 PD는 MBC를 퇴사, 넷플릭스와 시즌2 제작을 논의 중이다.

최근 MBC 안형준 사장은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두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피지컬: 100으로 MBC가 얻은 수익은) 1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표현해달라. 제작비는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우리가 IP 전략과 글로벌 시장 전망 등을 정확히 분석했다면 MBC로 방송해 좋을 성과를 냈을 수도 있다. 물론 피지컬: 100이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찍을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내부 구성원 생각이 바뀐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사, 방송학회 등과 연대해 미디어시장에서 지상파와 OTT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법적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사실 나는 신이다는 수위가 너무 높아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통과할 수 없었다. OTT도 방심위 심의를 받으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 영국은 OTT도 공중파와 똑같이 방송 심의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생태계 창의성이 유지될 것"이라며 "OTT 오리지널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OTT로도 선보이고, 공동 제작도 하고 새로운 모델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

MBC 예능·드라마는 몇 년째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놀면 뭐하니?'(2019~)는 '무한도전'(2006~2018) 종방 후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시청률 4%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떨어졌다. '복면가왕'(2015~)도 54개국에 수출해 메가 IP라고 자부했지만, 국내 시청률은 3~4%대로 화제성이 떨어진 지 오래다. SBS TV '런닝맨' 등처럼 해외 인기 덕분에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MBC 드라마 성적은 처참하다. 저녁일일극 '하늘의 인연'을 제외하면 방송 중인 작품이 없다. 지난해 수목극을 폐지했으며, 금토극만 선보이고 있다. 최근 우도환 주연 '조선변호사'는 2.9%로 막을 내렸다. 한 달 공백을 가진 뒤 다음 달 23일부터 그룹 '인피니트' 출신 김명수 주연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을 내보낼 예정이다.

경직된 조직 문화로 인한 내부 인력 유출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PD들의 퇴사가 잇따르면서 자사 프로그램 경쟁력이 약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요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JTBC 주말극 '닥터차정숙'도 MBC 출신 김대진 PD가 만들었다. 안 사장은 "김태호 PD처럼 돈보다 MBC와 의리를 지킨 분도 있지만, 연봉을 많이 주고 인력을 빼가는 걸 막을 수는 없다. 경력 위주로 채용해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나간 분들과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김 PD와도 다시 작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도 곧 잘 되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며 "'주몽'(2006~2007)을 만든 이주환 본부장을 영입했는데, 드라마는 보통 1~2년 정도 결린다. 내년 하반기에는 성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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