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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中에 휘둘리지 않는 공급망 구축"… 인도·태평양 국가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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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이 27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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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14개국이 합의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공급망 협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창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6개월간 협상을 거쳐 이뤄낸 첫 결과물이다.

미국 정부는 공급망 외에 나머지 3개 분야도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까지 타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과 탄소중립 등 나머지 분야 협상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공급망 합의에 따라 14개 참여국이 특정 분야나 품목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다른 나라에 즉각 협력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 등으로 한국이나 일본 등에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참여국들이 대체 공급처와 운송 경로를 공유하고 신속 통관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또 각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투자 확대와 물류 개선, 공동 연구개발(R&D) 등에 공조하기로 했다. 진행 경과를 점검하는 '공급망위원회'도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IPEF 공급망 협정을 위한 협상 완료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는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자 미국 소비자·근로자·기업 모두의 승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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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는 공급망 안정에 필요한 숙련 노동자를 양성하고 국제노동기구(ILO)와 국내법에 근거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국의 노동권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사항을 발굴하기 위한 '노사정 자문기구'를 구성하고 사업장 등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IPEF 참여국들이 공급망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 측에서는 공급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만큼 기업 투자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공급망 합의를 통해 2021년 10월 국내 디젤차량 시장을 강타했던 중국발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2021년 10월 중국과 호주 간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를 맞았다. 요소수는 주로 디젤 화물트럭에 쓰이는데, 요소수가 부족하다 보니 국내 물류가 마비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또 이번 합의를 통해 핵심 광물에 대한 특정 국가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리튬·코발트·흑연 등 핵심 광물 수요 중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IPEF는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경제 분야를 대표하는 협의체다. 안보 분야에 '쿼드'가 있다면 경제는 IPEF를 통해 미국 중심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따라서 이 같은 움직임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 견제보다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특정국을 배제하는 조치는 없다"며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협력을 지속할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파장을 경계했다. 다만 IPEF 탄생 배경에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돌연 탈퇴한 뒤 중국 주도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이 등장했다. 그러자 바이든 정부가 다시 IPEF로 맞불을 놨다. IPEF는 관세나 무역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전통적 FTA보다 논의 범위가 넓다.

지난해 5월 출범한 IPEF는 같은 해 12월 1차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 대상은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4개 분야인데 이번에 공급망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급망뿐만 아니라 무역 분야에서도 수개월 내 결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IPEF 참여국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무역 협상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은 경제발전 수준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며 "기술 지원과 역량 구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IPEF에 참여한 14개국 인구는 총 25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32.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4개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전 세계 40.9%에 달한다.

[송광섭 기자 /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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