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한달 '억'버는 인플루언서 200만원이면 만들 수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패션과 화장품 등 업계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주요 지표인 '폴로어'와 '좋아요' 수를 조작하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허수 폴로어 비율'을 파악하는 프로그램 도입 등 검증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인플루언서 광고비는 수천만 원까지 치솟은 반면 폴로어 수 등을 조작하는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보니 이 같은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일경제

28일 기자가 유명 SNS인 인스타그램의 폴로어 수, 좋아요 수 등을 조작해 준다는 업체를 통해 '한국인 폴로어 50명' 상품을 구매하자 순식간에 계정의 폴로어가 50명 늘었다. 심지어 증가한 폴로어 계정은 모두 일상적인 사진과 글 등이 게시돼 있어 소위 '가짜 폴로어'라고 의심하기도 어려웠다. 이 업체는 '인스타그램 수익 창출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짜 폴로어를 구매하려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상품 판매, 협찬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에 비해 폴로어 수 등을 조작하는 비용은 낮아 인플루언서들은 '영향력 조작'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예를 들어 폴로어 40만명을 보유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D씨는 90초짜리 짧은 영상인 인스타그램 릴스 광고 영상을 한 번 올려주면 광고비 11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폴로어 40만명은 불과 200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는 폴로어가 1만명 정도만 돼도 협찬이나 공동구매 등 이득을 취하는 게 가능하다 보니 조작이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플루언서 분석 업체 하이프오디터에 따르면 1000명에서 1만명 사이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2021년 기준 월 수익은 약 188만원이다.

유튜브는 인스타그램보다 구독자 구매 가격이 다소 높다. SNS 마케팅 업계에 따르면 구독자 25만명을 보유한 미국 일상 유튜버 B씨의 광고 단가는 1750만원인 반면, 유튜브 구독자 판매 사이트에서는 구독자 20만명을 22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구독자 25만명인 B씨의 1회 광고비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허수 구독자를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직접 조작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게 되면 해당 브랜드 직원들이 일일이 각 인플루언서의 좋아요 수나 댓글 등 활동력을 확인한다"며 "대행사에서 처음부터 1차 검증을 완료한 인원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예 인플루언서의 허수 구독자 비율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업체도 있다.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폴로어 수는 높다고 나오지만 광고를 해보면 조회 수나 댓글 등 반응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따라서 일부 기업은 특정 인플루언서의 가짜 폴로어 비율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용하거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독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머스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위해서는 그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피지컬: 100' 김강민, 고기남자 등 유명 유튜버와 크리에이터 커머스 사업을 운영 중인 브레이브컴퍼니 양지현 이사는 "구독자 수만 볼 게 아니라 구독자 대비 평균 조회 수, 충성 구독자 수, 유의미한 구독자 참여율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 지표를 분석해 활용해야 한다"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광고 등은 인플루언서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와 광고 종류, 그에 맞는 기대효과를 명확히 이해하고 집행해야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구독자 조작'으로 이익을 얻은 인플루언서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예지의 김은강 변호사는 "구매를 통해 구독자를 늘렸다고 하더라도 구독자 활성화 여부까지 따질 수는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 구독자를 늘렸든지 간에 구독자 수 자체를 속이지 않는 이상 기망으로 판단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