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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PEF 첫 성과물은 ‘반도체 공급망 확보’···다급한 중국, 한국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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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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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공급망 부문 합의···미 중심 반도체 공급망 강화
중국, 통상장관 회담 후 ‘반도체 협력 강화’ 일방 발표
미·중 반도체 전쟁 격화···수출주도 한국 셈법 복잡해져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첫 성과물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회원국 간의 공동 노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에 반도체 부족 사태 경험을 되새기며 IPEF 중심의 ‘공급망 위기대응 네트워크’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급해진 중국도 한국에 반도체 협력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며 손을 내밀었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나서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양자 모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과 협력에 애쓰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급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 반도체 부족 사태를 거론했다. 러몬도 장관은 “당시 위기대응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미국 일자리를 지키고 공급망을 계속 가동하는 데 절대적으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IPEF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인 확보에 방점을 뒀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2021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당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경험은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을 내놓는 등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급망과 관련한 최초의 국제 협정인 IPEF 공급망 협정은 이런 사태 재발을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4개 참여국 정부로 구성된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통해 대체 공급처 파악·운송 경로를 신속히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EF 회원국 구성도 반도체 부문의 경우 호주·뉴질랜드는 원자재, 일본은 소재·장비, 미국은 설계, 한국은 메모리 생산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등을 담당하는 등 분업화됐다.

이날 러몬도 장관도 IPEF 공급망 부문 합의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미국의 투자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의 기업들이 반도체지원법 상 지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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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회동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좌)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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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국과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손을 내밀고 있다. 전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 참석 계기로 열린 한·중 통상분야 장관급 회동 직후, 중국 측은 보도문을 통해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회담 뒤 나온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에서는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중국이 사전 협의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반도체 협력 강화’ 부분을 강조한 입장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격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 유지를 절실하게 느낀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을 자국에서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를 시작하면서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중 간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새로운 주력 수출품으로 떠오른 2차전지의 경우, 중국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가 약 60%에 달하고 있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중요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국 모두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시기”라며 “미·중 모두 한국을 원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들기보다 일단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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