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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중 '반도체 전쟁' 속 "한국과 협력 강화" 일방 발표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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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무부, 한중 통상 장관 회담 후 발표

마이크론 제재 후 韓협력 필요성 강조 해석

韓 산업부는 반도체 언급 안 해 온도차

외신 "美·中 모두 한국 정부에 로비"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한국과 통상 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은 마이크론 제재로 대응하며 미중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 된 가운데 사실상 중국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에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워서는 안된다고 촉구하고, 중국은 한국에 협력을 요청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데일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2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통상장관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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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만나 양국이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한국이 공급망 안정성을 유지하고 양자 및 다자간 무역도 확대하기로 했다고도 덧붙엿다.

하지만 같은 회담 뒤 나온 한국 산업부의 입장은 결이 조금 달랐다. 산업부에 따르면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교역 활성화와 함께 핵심 원자재·부품수급 안정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중국 내 우리 투자기업의 예측 가능한 사업환경을 조성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산업부는 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측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한국 측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실무자들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 중요 외교 행사 후 각국이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합의’, ‘의견 일치’라는 표현을 쓸 때는 양국이 사전에 조율해 세부 문구까지 정한다. 그럼에도 중국이 가장 민감한 반도체 공급망을 언급하면서 ‘한중 양국이 합의했다’는 식의 일방적인 발표를 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 유지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모두 중국에서 메모리 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마이크론 제재에 나선 것도 마이크론 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협력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3일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위원장이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에서도 지난달 같은 내용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 “미국과 중국은 모두 한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 한국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한국과 미국을 갈라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것을 피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을 반도체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여기고 있어 관계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마이크론 사태를 이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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