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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국민의힘의 그때그때 다른 '가짜뉴스' 대응, 언론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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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 중인 국민의힘이 오보 논란이 일고 있는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관련 두 건의 보도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이 건설노조 도심 집회가 불법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앵커 멘트가 문제가 된 한국방송(KBS) 보도에 대해서는 당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설치까지 거론한 반면, 고(故) 양회동 지대장의 죽음에 '분신 방조', '유서 대필' 의혹을 보도했다가 목격자 증언, 필적 감정으로 반박당한 <조선일보> 보도에는 '무대응' 입장을 밝힌 것.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박대출, KBS '건설집회 앵커 멘트 정정'에 "진상규명 특위 검토할 것"

최근 건설노조와 관련한 두 언론사의 보도가 입방아에 올랐다. 먼저 KBS는 지난 18일 <뉴스9>에서 건설노조 집회를 보도하며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앵커 멘트를 내보냈다.

이를 두고 지난 19일 사내에서 '해당 앵커 멘트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KBS는 당일 <뉴스9> 앵커 멘트를 통해 "어떤 부분이 불법인지 경찰이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는 불법 집회 전력이 있으면 유사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발표 내용에 한정된 것임을 밝혀드린다"는 입장을 내보냈고, 이 취지대로 지난 18일 앵커 멘트를 수정 및 재녹화해 '다시보기' 화면을 교체했다.

KBS보도본부는 지난 24일 입장문에서 "방송을 통해 미리 정정 내용을 알리고, 평상시 지침과 절차에 따라 인터넷 뉴스 콘텐츠를 수정해 서비스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KBS보도본부가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몰래 뉴스 일부를 고치고, 심지어 '조작질'이라는 저급한 단어로 공격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숨길 의도가 있었다면 앵커가 직접 사전에 방송을 통해 정정멘트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단 이 자체가 오보다. 경찰은 도로 점거,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을 (건설노조 집회 위법) 근거로 내놨다"며 "KBS는 오보보다 더한 역대급 조작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KBS의 해명도 가관이다. 지침을 따랐다는 것"이라며 "그런 지침이 있다는 사실도 믿겨지지 않지만 만약 있다면 조작 방송 지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장은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전수조사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 조치에 나서길 바란다"며 "KBS 조치 여부에 따라 당 차원,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특위 구성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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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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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조선>의 '유서 대필' 보도에는 "당에서 내용 확인 안 했다"

문제가 된 다른 보도는 건설노동자였던 양회동 지대장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첨구 심문일이자 노동절인 지난 1일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는데 공갈협박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법원 앞에서 분신한 일에 대한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의 연이은 의혹 보도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양 지대장의 분신을 노조 간부가 방조했다'는 의혹을, 이틀 뒤 <월간조선>은 양 지대장이 남긴 3장의 유서 중 1장의 글씨체가 "굳이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확연한 차이가 났다"며 '유서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16일자 '분신 방조 의혹' 보도는 양 지대장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분신 장면을 목격한 YTN 기자의 증언으로 반박됐다. 해당 기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앞에 있던 동료 분이 '도대체 왜 이래'라는 한탄조의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만류하는 취지의 말로 이해했다"며 "양 선생님이 '내 주변에 이미 휘발유를 뿌려놓은 상태이니 가까이 오지 마라, 위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월간조선>의 '유서 대필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한국법과학연구원(국제법과학감정원)이 양 지대장의 노조 가입 원서 등 다른 자료에 적힌 필적과 그가 남긴 유서 필적이 "상사(相似)한(같은) 필적으로 사료된다"는 필적감정 결과서를 지난 22일 냈다. 연구원은 "전체적 배자 형태, 펜을 놀리는 방법, 획의 구성, 필순, 방향, 간격, 각도, 획의 시작과 끝 처리, 직선과 곡선의 특징 등에서 유사점이 현출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가짜뉴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유서 대필' 의혹 보도가 필적 감정으로 반박된 일은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당에서 그 문제를 지금 현재로서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건 모르겠지만 당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하지는 않는다"고만 답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보도에 대해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 기사 : 건설노동자 분신 후 국토장관 첫 반응이 '기획설'?)

KBS의 건설노조 집회 보도 관련 앵커 멘트 정정에는 당내 특위까지 만들겠다며 날을 세웠던 국민의힘이, 건설노동자 분신 관련 의혹 보도에는 오보라는 근거가 쌓이고 있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이 외면 중인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의 '양 지대장 분신' 관련 보도에 대해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최초 보도한 원로 언론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색이 그래도 한국의 최대 신문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이라는 <조선일보>가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면 나는 그 신문은 없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고까지 강하게 성토했다.

이 이사장은 "YTN 기자가 분신 사건이 벌어질 때 그 주변에 있었다"며 "(기획기사를) 거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 제대로 만나서 확인 취재도 하지를 않고 썼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신문이 저렇게 기획 조작 기사를 쓰면 다른 신문도 그런데 동조하고 따라간다. 신문뿐 아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저도 신문기자를 해보고, 또 해직도 당해보고, 왜곡도 당해보고 이래서, 제발 이제 우리 사회에서 주류 언론을 자처하는 조중동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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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법과학연구원의 고 양회동 건설노조 지대장 필적감정 결과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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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길들이기' 나선 국민의힘…'좌파 패널' 분류하면서도 이상한 잣대 

언론 보도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공세는 이번만이 아니다. 박 의장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몇몇 좌파 매체들이 KBS1 라디오를 가지고 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침 출근길에는 전 <뉴스타파> 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오마이뉴스> 출신이 나와서 뉴스를 전한다. 점심 무렵에는 <오마이뉴스>, <국민TV> 출신들이 출연한다. 퇴근길에는 나꼼수 출신 진행자에 <미디어오늘>, <시사IN> 기자가 나오고, 심야에는 <미디어오늘> 기자가 진행하고, <미디어스>, <프레시안>, <국민TV> 출신이 시사평론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다음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박 의장은 "국민의힘은 편파방송을 남발하는 방송사와 가짜발언을 일삼는 좌파 패널 출연자들을 전수조사하고 검증해서 민형사상의 모든 고발 조치를 끝까지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그가 '좌파 패널'을 분류하는 과정에서는 "우리 쪽이라고 (분류가) 붙어있지만 장성철, 이언주가 과연 보수를 대변하는지 모르겠다"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공보실장, 김무성 의원 보좌관 등을 지낸 보수성향 인사다. 이언주 전 의원은 국민의힘 부산 남을 당협위원장이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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