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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분산에너지법' 통과됐지만…전력 수요 분산 여전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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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할인, 첨단기업시설 유인책으로 충분할까

차등 요금제에 수도권 주민 반발 예상도

지역별로 전력 생산량이나 송배전 시설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에너지저장시스템(ESS)·섹터커플링(P2X) 등에 대한 투자 확대와 수도권 주민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5일 제406회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90표(반대 5표, 기권 17표) 통과된 분산법은 전력 수요지 근처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력이 초과 공급되는 부산 같은 지역은 전력수요를 증대하고, 전력자급률 낮은 서울 같은 지역에는 분산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원전이 있는 부산의 전력자급률은 192%인데 반해,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1%에 그친다.

발전소 인근에 사는 지역주민들에게 멀리 사는 주민들보다 전기요금을 덜 부과하는 '전기요금 차등제'도 한 축이다. 법 통과에 따라 발전소가 별로 없는 수도권은 전기요금이 오르고, 많은 지역은 요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에 한국에서는 대부분 해안가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배전망을 통해 먼 거리의 수요 지역으로 전기를 보내는 방식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을 운영해왔는데, 거리에 상관없이 수요자에 같은 에너지 요금을 부과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법 시행으로 데이터센터 등 첨단기업 시설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분산법 대표발의자인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구갑) 의원은 "전기료 지역차등요금제가 시행되면 원전 지역에 새로운 산업이 유치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이 많은 비수도권에 저렴한 전기료를 유인책으로 기업과 산업이 들어올 거라는 예측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이 단지 전기요금을 할인받기 위해 비수도권에 자리잡을 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근무 선호 현상 탓에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울 수 있고, 향후 시설 매각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방보다 수도권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등요금제에 따라 에너지 비용을 더 부담할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과제다. 전기요금 자체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차등요금제를 실시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할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법 통과 과정에서도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수요 분산과 초과 공급 전력 저장·전환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전력 수요와 공급의 지역적 불일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지역에서 생산하고 공급한 발전량을 지역에서 소화하고, ESS를 활용해 잉여전력을 저장하거나 열·가스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P2X 등)을 정착시키는 게 관건인데, 관련해서는 아직 경제성이나 비용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연내 분산법의 주요 제도를 이행할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법 제정으로 전력 공급과 수요의 지역 단위 일치로 전력 수급 격차에 따른 송전망 건설 회피를 통해 분산편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동일 지역에서 소비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ICT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신산업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통과 이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는 통과 익일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특화지역 지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 되면 전력 거래 특례 적용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국전력과 직접 전력 거래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 26일 "전국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점을 위한 후속 조치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법 시행까지 앞으로 1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설계, 사회적 공감대 확산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세종 =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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