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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스프] 반도체 회사들은 왜 일본에 투자할까?…'반도체 왕국' 부활 노리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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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살롱] 일본은 늙었지만, 일본 기업은 정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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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짓는다.
2. 삼성전자도 일본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라인을 짓는다.
3. 마이크론 역시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5조 원을 추가 투자한다.
4. 워런 버핏이 일본 종합무역상사에 투자했다.


외국 자본의 일본 투자야 새로울 게 없는 일이지만, 최근 '눈에 띄는 일본 투자' 기사들이 유독 관심을 끌었습니다. 오늘 경제자유살롱에서는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를 모셔 '늙은 나라'라고 여겨지는 일본에 왜 이런 투자들이 몰리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반도체 왕국의 부활?..지원금 뿌리는 日정부



기시다 일본 총리는 최근 대형 반도체 회사 7곳의 대표를 히로시마에서 만났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타이완의 TSMC, 그리고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IBM,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장비회사) 등의 대표를 만났습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에 이어 3등) 대표가 "히로시마 공장에 5천억 엔(5조 원)을 투자해 2026년부터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라고 했고, 이에 화답하듯 일본 정부는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에 반도체 투자가 몰리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일본 정부의 지원금'입니다. 어느 회사에 얼마나 줄까요? 아래 지도 한 장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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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요코하마에, TSMC가 구마모토에, 마이크론이 히로시마에 투자를 했거나 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맞춰 일본 정부는 투자한 액수만큼, 혹은 창출되는 일자리나 관련 업계의 시너지 효과만큼 수백억 엔에서 수천억 엔씩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 공장을 짓고 있는 라피더스는 일본 반도체의 부흥을 꿈꾸는 일본 회사인데, 2022년에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덴소 등등 일본 대기업 8개 회사가 공동으로 돈을 내서 설립했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엄청난 지원금과 정책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한때 반도체 1위를 달렸던 일본이 '반도체 왕국'의 부흥을 꿈꾸면서 자기 회사, 남의 회사 할 것 없이 모두 엄청난 지원금을 줘가면서 '일본으로 모여라'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겁니다. 큰 반도체 회사들이 공장을 짓고, 따라서 크고 작은 장비 소재 회사들도 옮겨오고, 기존의 소재 장비 회사들도 덩달아 몸집을 키우면서 '반도체 생태계'를 새롭게 꾸며 보려는 겁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과거 일본은 수직 구조로 장비, 소재 전부 다 자기가 하려고 했는데, 이게 분업을 이길 수 없거든요.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회사)와 파운드리가 나뉘면서 강해지니까 일본 회사들이 도태가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합니다. (소재, 장비 면에서) 기술력 있고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회사들하고 같이 간다는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대기업들은 아직도 정정하다?



단순히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 다 일본에 오는 건 아닐 겁니다. 우리나라도 보조금을 내걸었지만, 일본만큼 투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두 번째 이유로 '일본 대기업들의 수요 시장'을 들었습니다. 도요타, 소니, 덴소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그리고 최근 일본이 밀고 있는 '스마트 시티' 개발과 우주 개발 사업에 반도체가 많이 필요합니다.

박 교수는 "일본 경제가 가장 의존하고 있는 건 자동차거든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지고 수요가 있는데도 그만큼 자동차를 만들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잖아요. 일본의 경우에 차량용 반도체도 앞으로 더 필요하게 될 것이고 자율주행차가 되고 하면 더 필요하게 되겠죠. 또 (일본 기업이 강한) 로봇, 스마트시티 개발, 우주 개발, 데이터 센터에 전부 필요합니다.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짓게 되면 그게 다 해결이 됩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TSMC 공장 설립에 일본 정부뿐 아니라 소니, 덴소도 함께 투자하면서 '반도체 선점'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같은 다른 반도체회사들의 일본 진출 역시 이런 세계적인 규모의 일본 기업들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미중 갈등 피해 일본 간다?



TSMC의 일본 투자에는 당연히 '미중 갈등' 같은 외교적 배경도 깔려 있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 하고 타이완하고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죠. TSMC 같은 경우에는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잖아요. 중국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중국 TSMC 공장에서 수출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공급망이 단절되겠죠. 그럴 때에 대비해서 TSMC는 미국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고요"

일본이 '미중 갈등'을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 타이완, 일본을 모아 칩4(CHIP4)를 결성해 "우리끼리만 공급망 구축하자"고 하니까, 일본이 '소부장은 우리가 강하다'라면서 한국, 타이완의 회사에게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압력으로부터도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걸 적절히 이용해 '일본에서 뭉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상준 교수는 '삼성전자'를 예로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이 불안한데, 또 미국도 불안하죠. 왜냐하면 미국에서 계속 압력을 넣어서,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회사들과 협력을 하라든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판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압력을 일본 기업도 받을 거란 말이에요. 미국과 협력하기도 하지만 타이완, 일본, 한국의 기업 같이 움직이면 세 나라의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을 혼자 상대하는 것보다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어떤 힘이 있을 수도 있죠. 삼성전자가 그래서 (일본에)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블랙스톤은 '일본 여행'..버핏은 '일본 상사'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회사입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이번에 블랙 스톤에서 일본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관광, 호텔업이라든가 부동산이라든가 하고 있습니다"

블랙스톤은 몇 년 전부터 일본 물류산업과 관광산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몇 번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버핏의 '종합상사' 투자가 화제가 됐습니다. 워런 버핏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완의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TSMC 대신 일본 종합상사를 택했다는 취지로 얘기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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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는 이 회사들이 다양한 포트폴리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말하는 '일본 종합상사'는 이런 곳입니다.

"오너가 있어서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과거 그룹에 있던 회사들이 서로 주식을 사면서 연결이 된 회사입니다. 상사가 (예전 그룹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종합상사들은 해외에 광산, 생산 설비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히토류도 중국한테 당하고 나서 많이 가지고 있고요. 해외 자산이 많아요.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이면 뭐든지 투자를 하고요. 원자재에다가 투자를 워낙 많이 해놓았고요."

버핏의 투자는 일본 내수 경제가 아니라 일본 기업들의 경영 기술은 물론 해외에 가지고 있는 원자재와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인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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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욱 기자(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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