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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尹 대통령이 유족 위로한 美 6·25 전사자, 73년 만에 고향에서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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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방어선 전투 도중 숨진 스토리 상병

당시 나이 19살… 최근에야 유골 신원 확인

29일 현충일 고향 조지아州 국립묘지 안장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당시 유족 손을 꼭 붙들고 위로해 화제가 된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가 73년 만에 고향에서 영면에 든다. 미국에서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까지 수훈한 이 영웅의 유골은 최근에야 신원이 확인돼 유족 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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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스토리(1931∼1950) 미 육군 상병. 6·25전쟁에 참전해 낙동강 방어선 전투 도중 19살 나이로 전사했다. 미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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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 육군에 따르면 1950년 9월 1일 낙동강 방어선 전투 도중 장렬히 전사한 루터 스토리(당시 19세) 상병이 29일 현충일을 맞아 고향인 조지아주(州)의 앤더슨빌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미국은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현충일로 지정해 국가적으로 기념하는데 올해는 29일이 그에 해당한다.

스토리는 미 육군 2사단 9연대 소속으로 경남 창녕 일대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뚫으려는 북한군과 맞서 싸웠다. 적군의 차량에 수류탄을 던지며 용감하게 저항했으나 병력 면에서 중과부적이었다. 전투 도중 크게 다쳤지만 후송을 거부한 채 동료 장병들 곁을 지켰다. 마침내 철수령이 내려졌을 때 그는 끝까지 전선에 남아 부대의 안전한 퇴각을 엄호하겠다고 했다. 훗날 전우들은 “스토리는 이용 가능한 모든 무기를 적진에 발사하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라고 증언했다.

모두 스토리가 전사했다고 여겼으나 그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창녕의 격전지에서 일부 미군 유골이 수습됐으나 훼손이 심해 당시의 유전자(DNA) 감식기술로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 스토리는 명예훈장 수훈자로 선정돼 1951년 6월 미 합참의장인 오마 브래들리 육군 원수가 그의 부친에게 대신 훈장을 수여했다. 1953년 9월 미 육군은 공식적으로 스토리에 대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4월 초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하와이의 DNA 실험실에서 그동안 신원을 몰랐던 6·25전쟁 전사자 유골이 스토리 유족의 DNA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려 73년 만의 귀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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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미국 방문 중이던 4월 25일 수도 워싱턴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만난 루터 스토리 상병의 유족(왼쪽)을 위로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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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4월 25일 윤 대통령 부부가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수도 워싱턴의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참배했다. 스토리의 조카인 주디 웨이드와 그 남편이 먼저 와서 양국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예훈장을 받을 만큼 큰 공을 세운 스토리의 유해가 최근에야 신원이 확인돼 유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설명을 들은 윤 대통령은 이들 노부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러면서 “미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한국이 성장한 것은 이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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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국가보훈처장(왼쪽)이 방미 중이던 4월 26일 루터 스토리의 유족에게 고인의 유해가 발굴된 경남 창녕군의 흙 등을 전달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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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가보훈처는 스토리의 유골이 수습된 창녕군의 흙을 유족에게 기념으로 전달했다. 또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19살 당시 스토리의 모습을 재현한 초상화를 만들어 선물했다. 웨이드 부부는 “70여년 만에 삼촌의 유해를 확인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며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함께 위로해줘 큰 감동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한·미 양국은 스토리 상병과 같은 실종자를 끝까지 찾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 가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용사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재확인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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