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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올라가지 않은 호텔 옥상이 없었다” 칼자국 없는 162승 철인, 그냥 이뤄지는 것은 절대 없다[SS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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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제공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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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윤세호기자] “제 자신과 약속, 제 자신과 숙제는 늘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큰 탈 없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늘 그랬다. 천부적인 유연성과 빼어난 투구 메커닉, 그리고 승부욕까지 장점이 많았으나 단점도 보이는 투수였다.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는 아니었다. 더불어 어느 한 구종이 특출난 수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꾸준함에 있어서는 지금 시대 투수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늘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두 자릿수 승을 올린다. 모두에게 찾아오는 팔꿈치 혹은 어깨 이상으로 인한 수술 진단도 전무하다. 마치 하늘이 점지한 철인처럼 항상 로테이션을 돌았고 대업을 이뤘다. 한국야구 역사 두 번째 위치에 당당히 올라선 KIA 에이스 양현종(35) 얘기다.

양현종은 지난 27일 광주 LG전에서 6.2이닝 3실점으로 개인 통산 162승째를 올렸다. KBO리그 통산 투수 다승 부문에서 송진우(210승)에 이은 단독 2위다. 순수 선발승으로 범위를 좁히면 160승으로 송진우의 163승과 3개 차이. 올시즌 중 역대 최다 선발승을 거두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쓸 가능성이 높다. 역대 투수 이닝도 3위(2212.1이닝), 역대 탈삼진 또한 2위(1861개)에 자리하고 있다.

대업은 그냥 이룰 수 없다. 타고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다른 노력이 동반돼야 가능하다. 양현종이 그렇다. 신예 시절 누구보다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 만의 루틴을 확립했다. 그래서 프로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다. 단 1년도 쉬는 시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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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27일 광주 L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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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27일 경기 후 누구보다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는 비결에 대해 “유연성은 좀 타고 난 것 같다. 그래서 늘 스트레칭을 열심히 한다.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게 트레이닝 파트도 각별히 신경 써 주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주위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남몰래 뒤에서 훈련도 많이 한다. 지금도 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다칠 수 있고 수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에 최대한 훈련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나 자신과 약속, 나 자신과 숙제는 늘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큰 탈 없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시작점은 신예 시절 인연을 맺은 칸베 토시오 코치, 그리고 이강철 감독이었다. 칸베 코치와 이 감독은 양현종이 저연차 때 투수 파트를 담당했다. 당시 양현종은 두 지도자의 혹독한 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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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양현종이 2009년 8월 11일 광주 롯데전에서 8회초에 교체돼 이강철 코치와 기분좋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광주 |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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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원정 호텔 중 올라가지 않은 호텔 옥상이 없었다. 2년 동안 매일 경기 끝나고 홀로 코치님들과 호텔 옥상에서 추가 훈련을 했다. 2년 동안 늘 호텔 옥상에 올라가 내 투구폼, 내 투구 메커닉을 찾았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많은 은사님들께 감사하지만 그래도 두 분을 꼽으면 칸베 코치님과 이강철 감독님을 꼽고 싶다. 두 분이 지독하게 훈련시켜주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힘들기는 했다. 그래도 그 때는 어렸으니까 그냥 코치님이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랐다. 그 때 한 운동들을 지금도 하고 있다. 훈련량을 그 때처럼 할 수 없지만 루틴이 됐다. 밸런스가 안 좋을 때는 훈련량을 늘리면서 다시 밸런스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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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강철(가운데) 투수코치가 2012년 5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3회 양현종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마운드에 올라 진정시키고 있다. 사직 |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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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섀도 피칭의 중요성을 믿는 양현종이다. 과거 원정 호텔 옥상에서 무수히 많은 섀도 피칭을 했다. 이제는 섀도 피칭 만으로도 좋을 때의 자신과 안 좋을 때의 자신을 안다. 그리고 섀도 피칭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때로는 한 밤 중에도 홀로 나와 섀도 피칭을 한다.

양현종은 “후배들에게도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어린 투수나 밸런스가 안 좋은 투수는 섀도 피칭에서도 티가 난다. 그럼 좋은 자세를 지속적으로 훈련해서 해결할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꾸준히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162승은 마침표가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210승까지 먼 길을 가야 하지만 새로운 동기부여로 삼는다. 누구보다 건강하고 꾸준하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양현종은 “210승을 현실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큰 목표가 멀리 있는 만큼 지금까히 해온 그대로 열심히 하고 싶다. 게으르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고 잘 하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꾸준하고 싶다. 그러면 어느 순간 또 가까이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 희망을 마음 속에 품고 앞으로 경기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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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지난 27일 광주 LG전에서 통산 162승을 기록한 후 방송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제공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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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21세기 투수 빅3로 류현진, 김광현, 그리고 양현종을 꼽는다. 양현종은 이들처럼 하드웨어가 뛰어나지는 않다. 더불어 류현진 같은 체인지업, 김광현 같은 슬라이더도 없다. 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이 숙명처럼 수술대에 오를 때 양현종은 마운드 위에서 굳건히 공을 던졌다. 항상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고 그래서 최정점을 바라보고 있다. 4, 5년 후 210승 또한 불가능하다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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