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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2의 사드보복' 우려하는 한국, '한한령 없다'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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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접속 장애·정용화 출연 취소…경제보복 재현 우려
전문가들 "한중관계 신중한 접근해야" "중국과 적극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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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간 밀착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한국 견제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더욱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던 당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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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중국의 최근 '한국 견제' 움직임이 눈에 띈다. G7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중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 일부 서비스 접속이 차단되고, 연예인 정용화 씨의 중국 예능 방송 출연이 돌연 취소되면서다. 한·미·일 3국 간 밀착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더욱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2016년 7월 사드 배치 부지 결정 이후 벌어졌던 한류 금지령(한한령) 같은, 대대적 경제 보복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네이버 접속 장애·정용화 출연 취소…왜?

네이버 접속 장애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직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8년 10월부터 네이버 카페·블로그 등의 접속을 차단했으나 검색과 메일, 사전 서비스 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대부분 지역에서 네이버 접속이 되지 않거나 로딩 속도가 매우 느린 현상이 발생해 사실상 이용이 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접속 장애가 일시적 현상인지, 중국 당국의 의도된 차단 조치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네이버 접속 장애와 관련해 외교당국 간의 소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직 없었다. 다만 정부는 유관 기관과 함께 현재 사안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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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정용화 씨의 중국 예능 출연이 불발됐다.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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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 출연 취소도 관련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오는 6월 공개 예정인 중국 동영상 플랫폼(OTT) 아이치이(iQIYI) 새 예능프로그램 '분투! 신입생반' 출연을 위해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 매체 등은 23일 '정 씨 출연이 정부의 방송통신 규제기구인 광전총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명분은 '외국인의 프로그램 촬영 및 제작 참여는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라디오와 텔레비전 행정 부서의 검토를 거쳐 국가광전총국에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 내에서도 한한령과 연계한 해석들이 나온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6월 예정된 가수 현아의 중국 우한음악제 공연과 가수 비, 블랙핑크 리사, 그룹 빅뱅 출신 태양 등 중국 예능프로 출연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민의의 기초 아래","국민감정 좋아지면"…'한한령 없다'는 중국

"중국 내 일부 지역 방송국에서는 일찍이 정부 관련 기관의 구두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제작 회사의 진술과 일치한다. 비록 공식 문서를 통해 금지령을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 내 방영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이미 한국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정지한 상태다."

2016년 8월 6일 환치우스바오(환구시보) 사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한령은 없다, 모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설에서 보듯 중국 정부가 관련 기관에 공식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업계가 눈치껏 의도를 알고 자발적으로 한한령을 시행하는 구조다. 겅솽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16년 11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한령이 강화된다는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한령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도 "양국 간 인문 교류는 민의의 기초 아래 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고 이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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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면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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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한령 조짐에 대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싱 대사는 26일 MBC라디오에서 최근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내 활동이 제동이 걸린 데 대해 "총체적으로 보면 한한령이라는 것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사로서 양국이 인적 교류가 많아지고 국민 간 감정이 좋아지면 문화교류도 자연스럽게 회복하고 확대하지 않을까 희망한다"며 "양국의 문화산업 교류가 회복되기 위해선 우호적인 여론과 기반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중한 양국이 함께 지켜가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한령이 중국 내에서 시행되고 있다면 중국 정부의 한국 문화에 대한 제재조치가 아닌 민간의 선택이고, 이는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 2의 한한령 오나…대응책은

전문가들은 아직 '한한령이 재개됐다'고 말하긴 이른 상황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의 외교 기조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감안할 때 냉각 기류가 흐르는 한중관계가 저절로 풀릴 것으론 보지 않는다. 소원해진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대응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G7 정상회의 후 '중국과 분리(디커플링)가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킹)하고 중국과의 관계 다변화'를 언급했다"며 "우리도 중국과 새로운 차원에서의 소통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비록 상견례 차원에 그치더라도 최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이 왔다 가는 등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승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네이버 차단이나 한국 연예인 출연 취소를 제 2의 한한령 '시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종의 시그널로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한령이 정치외교적 이슈와 맞물려 돌아가는 이상, 중국은 사드 때와 같은 보복 시나리오를 실행할 지 여부를 한국 정부가 지금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면서다. 박 교수는 "당이 국가를 우선하는 중국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차원에서라도, 대만 관련 발언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과 밀착하는 외교 기조,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한미일 공조와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담은 공동성명 등을 보면 중국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다만 네이버 차단 등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앞으로도 비슷한 조치가 단기간 연속적으로 나올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가 줄어 있어 과거보다는 영향이 덜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류 콘텐츠의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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