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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비상문’ 범인 옆자리 앉은 승객 “탑승할 때부터 그 친구 상태 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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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 열린 채 운항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 앉아 있는 이윤준(사진 속 빨간 바지)씨 모습.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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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사진들을 보고 있어서 직접 문을 여는 건 보지 못했는데 탈 때부터 그 친구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착륙 전 승객이 출입문을 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승객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윤준(48)씨는 “생일 하루 전날이 제삿날이 될 뻔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모자랑 헤드셋이 날아가길래 고개를 들어 보니 문이 열려 있었다”며 “그 친구(범인)가 저를 보며 싹 웃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공포의 착륙 동영상 속 빨간 바지를 입은 남성으로 알려졌다. 그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안전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제주도 출장 뒤 생일을 하루 앞두고 생업 전선인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을 하려는 시점에 ‘탁’하며 벨트가 풀리는 소리가 이씨 귀에 들렸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범인이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씨는 출입문 앞에 있던 비상문 옆 벽면에 매달린 범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공중에서) 문이 열렸고 (옆 자리에 앉아있던) 그 친구가 저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겁이 나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대각선 방향에 앉은 승무원을 보니 나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려는 눈빛이었다”라며 “승무원이 계속 눈빛으로 무언가 간절한 신호를 줬다”라고 이어갔다.

눈빛을 계속 교환하던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이씨는 왼팔을 뻗쳐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

안전벨트를 차고 있었기에 일어날 수 없었던 이씨는 양손이 닿는 대로 범인이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그의 목 주위를 악력으로 잡아내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수초간 씨름하는데 승무원 서너명이 달려왔다. 연이어 승객들도 도우러 왔다고 한다.

이들은 범인을 비행기 안쪽 복도로 끌고 갔다.

이씨는 “당시에는 문이 열리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겁을 먹어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착각했다”라며 “뒤에 앉은 초등학생들이 울고 있었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큰 사고인 줄 모르고 대구로 돌아와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인터넷에서 승무원분들을 욕하는 악플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라며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상황을 정리한 승무원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전날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A씨를 상대로 이틀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최근 실직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며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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