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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팀 이름 네 번 바뀌어도 '터줏대감,' 이미래의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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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 이미래ⓒ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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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팀리그가 출범하고 나서 항상 신생팀은 아닌데, 항상 새로운 팀이었어요" TS JDX 히어로즈에 이어 TS샴푸 히어로즈, TS샴푸 푸라닭, 그리고 하이원리조트까지 '터줏대감'이 되어버린 이미래가 가장 먼저 전한 재밌는 소감이었다.

팀리그 출범 시즌부터 22-23시즌까지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TS샴푸 푸라닭이 해체했다. 이제 그 자리를 하이원리조트가 이어간다.

프로당구계 주축 선수 중 하나인 이미래는 팀리그 출범 당시부터 같은 자리에 있었다. 팀 이름이 바뀌고 멤버가 바뀌었지만 홀로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다. LPBA의 간판, 특히 선수 풀이 아주 좁지만 그만큼 날카로운 강호들이 숨어있는 여성 당구판에서 이미래는 굵직한 에이스로 꼽힌다.

지난 24일, 본지와 서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미래는 "팀리그라는게 오묘하다, 멤버끼리 정을 다 붙여놨는데 새로 다시 합을 맞춰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웃음지었다. 하이원리조트는 주장 김종원을 비롯해 김남수, 김임권 등 국내 남자선수를 방출하고 이충복과 응우옌 프엉 린, 응우옌 둑 안 치옌(이상 베트남)을 선발했다.

TS샴푸 푸라닭은 출범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외인 선수 없이 국내진으로만 성적을 내왔다. 외인이 없다고 뒤쳐질 이유가 하등 없었다. 이미래는 지난 시즌 팀리그 여자단식 1위 상을 수상하며 팀 성적지표를 '하드캐리' 해왔다.

최종 성적표는 정규리그 기준 단식 22경기 출전, 16승 6패, 승률 72.7%, 득점성공률은 50.9%를 기록했다. 전기리그 기준으로는 단식 13경기에 12승1패, 승률 92.3%, AVG 1.223, 득점성공률은 54.9%다.

다만 개인투어 방면에서는 다소 주춤한 시기를 보냈다. 초반부터 부진했던게 아니다. 19-20시즌에는 성적이 10위권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20-21시즌은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NH농협카드 챔피언십(3차전), 크라운해태 챔피언십(4차전),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5차전)에서 3관왕을 휩쓸었다. 프로 당구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영광의 시기는 길지 않았다.

이미래는 바로 다음 시즌(21-22시즌)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적도 함께 미끄럼틀을 탔다.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프로선수 이미래로써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 겪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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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팀리그에 나선 이미래가 샷 성공후 기뻐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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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PBA팀리그에 나선 이미래(좌)-김종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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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테이블 앞에 서는 것조차 버겁던 시기가 있었다. 테이블 앞에만 서면 시야가 우글우글하게 찌그러졌다. "그 때 공이 어려워지면서 제가 제 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어요, 이렇게 공을 치는게 맞는건가" 고민 끝에 그는 긴 휴가를 이용해 미국을 다녀왔고 마음을 환기시켰다. 친한 친구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람과 당구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고민이 남았다. 배움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공을 바로 잡고 싶었다. 이미래는 동탄에서 강동궁(SK렌터카), 차명종(인천시체육회)이 함께 운영하는 '강차 당구연구소 아카데미'를 찾았다. 당구테이블 위에서 헤매던 그를 잡아준 스승은 강동궁이었다.

"당시 강 프로님께 공을 물어보고 싶어서 갔는데, 어디서부터 물어봐야할지 모르겠던거에요. 그래서 그냥 친선경기를 요청했고 강동궁 프로님이 그 때마다 원포인트 레슨을 항상 해주셨어요. 가장 큰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서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방향성을 좀 잡은 것 같은데 이제 그걸 익히려고 연습하고 있어요"

그의 현재 롤모델 역시 함께 PBA팀리그에서, 그러나 다른 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강동궁이다.

이미래는 "강 프로님의 공 다루는 방식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프로님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안 쓰고 가장 최적화된 방법을 자꾸 연구하시는 분으로 보인다, 또 공을 터치하는 느낌을 가장 배우고 싶고, 공에 대한 이해도도 좋으신 분인데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걸 강동궁 프로님을 보고 배웠다"고 또렷이 대답했다.

"또 하나는 스피드를 좀 늘려야겠다 싶었어요, 남녀는 태생부터 근육량이 다르지만 남자만큼 치지 못해도 해낼 수 있거든요, 여자선수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한에서 스피드랑 힘을 늘려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과거 그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시도코스타스(前 하나카드, 현 PBA미등록)와 당구 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질문에 답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그것이 본래 내 스타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유럽 당구와 국내 당구 스타일에 대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미래는 "제가 앞서 강동궁 프로 스타일을 따라간다고 답했는데, 지금 강 프로가 가는 방향이 유럽식 당구 스타일이다"라며 "공을 다루는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내 공과 1적구를 컨트롤하면서 공을 치는 스타일이다, 국내 당구의 장점은 가장 확률 높은 득점을 찾아서 치는 방식인데, 유럽은 내 공과 1적구에 대해 밑바탕을 까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다르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테이블 위 휴대폰 액정에 공의 길목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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