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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中 겨냥해 깊어지는 美日 반도체 밀월···韓 기업은 '난감' [뒷북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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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반도체 견제 나선 美日

마이크론 등 美기업 잇단 투자

日도 막대한 보조금으로 화답

美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서

日 두각땐 韓기업 타격 불보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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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대(對)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양국 간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등 밀착하고 있다. 기술 패권에 도전해오는 중국에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관계 구축이 중요한 미국과 미·중 갈등 상황을 활용해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꾀하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개편해 한국·대만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가운데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경우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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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는 26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성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회담을 통해 반도체 및 첨단기술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성명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양국이 새로운 공동 로드맵을 마련하고 인공지능(AI) 및 양자기술 등에 대한 협력을 구체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 행정부가 설립할 예정인 국립반도체기술센터와 일본 정부가 지난해 설립한 반도체기술센터 간 연계를 비롯해 스타트업을 포함한 민간 차원의 협력도 추진된다. 요미우리는 입수한 성명 초안에 “경제적 번영과 경제안보 강화, 역내 경제 질서 유지를 위해 미일 간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적시됐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의 밀착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일본에 대한 ‘통 큰’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글로벌 반도체 생산 업체 및 연구 기관과 회담에 나선 직후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에 최대 5000억 엔(약 4조 74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화답해 투자액의 40%에 달하는 2000억 엔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인텔 역시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이화학연구소와 양자컴퓨터 기술 연구 및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각서를 체결했다. IBM은 지난해 양국 외교·상무장관 간 ‘2+2 경제 대화’를 계기로 일본 반도체 합작법인 라피더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2나노 반도체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달 IBM은 구글과 함께 미일 첨단기술 교육·개발에 1조 5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일 간 반도체 협력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첨단기술 집중 투자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일 기술 협력 공동성명에 대해 “미국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을 마련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일본 역시 이에 동참해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다. 규제 대상에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미국을 비롯한 42개 우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한 수출에 경제산업성의 개별 허가가 필요하도록 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제재라는 평가다.

한편 일본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을 활용해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노리는 모습이다. 1980~1990년대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산업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미일 반도체 협정 체결을 압박한 결과 경쟁력을 잃고 쇠퇴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대만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미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견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메우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등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생산 구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는 점이 향후 한국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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