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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요양원 갈 때마다 울던 치매 남편…“중요 부위 비닐로 묶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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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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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한 요양원에서 입소 환자의 주요 신체 부위를 비닐로 묶어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요양원 측은 환자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은 요양원의 이 같은 조치는 학대라며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요양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성기에 묶어 놓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폭로가 올라왔다. 작성자는 피해자의 아내였다.

글에 따르면, 작성자의 남편 A(57)씨는 4년 전부터 전두측두엽 치매를 앓기 시작했다. 말을 잘하지 못하고 침대에 항상 누워있어야 해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오래전 사고로 오른팔을 잃어 3급 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다.

상태가 점차 나빠지면서 아내는 A씨를 지난 2월 군산 요양원에 보냈다. 아내는 수시로 요양원에 면회를 갔는데 A씨는 그때마다 매번 눈물을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보호자에게 요양원측은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마음 편히 지내도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19일 일이 터졌다. 남편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 아내는 “여기서 막대하느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아내가 병원 CCTV를 확인해보니, 영상에는 요양원 직원들이 가림막도 없이 남편의 기저귀를 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생활실에서 함께 지내는 여자 어르신이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아내는 “집에서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수치스러워서 많이 힘들어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결국 아내는 그날 바로 남편을 퇴소시킨 뒤 집으로 데려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A씨의 기저귀를 바꿔주려고 할 때 이상한 점을 또 발견한다. A씨의 성기가 흰 물체에 둘러싸인 채 비닐봉지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작성자는 “기저귀를 보던 순간, 뉴스에서나 보던 사건이 제 눈앞에 펼쳐졌다”며 “속기저귀를 넣어 일회용 비닐봉지로 성기를 묶어놓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A씨 가족들이 비닐로 묶은 이유를 묻자, 요양원 측은 “A씨 피부가 안 좋아서 짓무를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내는 요양원이 남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학대를 가했다고 주장하며, 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해당 요양원을 신고했다.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 노인을 학대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해를 입혔다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 된다. 요양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람이 노인학대를 저질렀을 때에는 1.5배까지 가중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A씨는 65세 미만이라 관련 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아내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요양원에 입소한 것인데 65세 미만 피해자들은 요양원에서 피해를 입으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제 남편은 퇴소했지만, 그 요양원에 입소해 계신 어르신들이 너무 걱정이 된다”며 “더 이 사건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군산경찰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현재 요양원 CCTV를 확보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며 “성기를 비닐로 묶은 것이 의료적 조치인지 더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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