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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11억원짜리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 뭉개는 여야 [여의도 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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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시민참여단 선거제도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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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아닌 차악을 고르는 게 선거라지만 지난 대선 이후론 차악을 고르는 것마저 어렵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기 꺼려진다는 것이 그 배경일 것이다.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양당 모두 각자의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기 바쁜 나머지 중도·무당층이 바라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 중 하나인 선거제 개편 문제는 아쉽게도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양당 지도부가 다른 문제에는 이를 드러내고 싸우면서도 선거제 개편에는 약속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국민의힘이 비교적 선호한다는 중·대선거구제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바란다는 비례대표 확대는 사실 방법론의 차이일 뿐, 모두 양당 집중도를 줄여 다당제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4, 5개 정당이 의석을 나눠 갖는 다당제에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당들이 사안별로 합종연횡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정당들과의 교집합을 찾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자연히 양 극단이 배제되며 중도적이고 타협적 정치 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선거제 개편론자들의 기대이다.

그런데 다당제로 가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금보다 의석수가 줄어들어 손해다. 양당 지도부는 그래서 선거제 개편에 손을 놓고 먼 산을 바라보는 외면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인사들의 해석이다.

양당은 이달 초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애써 실시한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마저 외면하고 있다. 정개특위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 분포를 감안해 뽑은 시민참여단 500명에게 선거제 학습과 토의 등 2주간의 빡빡한 숙의 과정을 거치게 한 뒤 바람직한 선거제 개편 방향을 물었다. 조사 설계와 실무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했는데 들어간 예산만 11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13일 공개된 공론조사 결과를 보면, 숙의 이전 단계에서 했던 조사에 비해 의원 정수는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수는 지금보다 줄이고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늘어났다.

선거제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공론조사 결과가 유일한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선거제에 있어서만큼은 국회의원들보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유권자들이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선거제 개편 방안이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부터 따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당은 결과를 수용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소중한 민의를 뭉개고 있다.

양당이 미루고 미루다가 내년 총선에 임박해 절충점을 찾기는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절차상 현행 선거 제도를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요즘 여의도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개편 방안은 이렇다. 의원 정수나 지역구 의석수 등은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해 지역주의 완화를 꾀한다. 2020년 총선에서 도입됐던 준연동형 방식은 버리고 이전의 병립형으로 돌아가 위성정당 설립을 막는다. 양당이 손해 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미세 조정만 하는 시나리오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앞으로도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중 한 명을 뽑기를 강요받는 고통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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