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만화 TV 극장 오가며 40세 맞은 둘리... “내년 나올 만화선 고길동 맹활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83년 등장한 후 세대 걸쳐 인기
애니 '얼음별 대모험' 새 단장해 개봉
김수정 작가 "동물+인간 상상력 자극"
한국일보

김수정 작가는 둘리 40주년을 맞아 마땅한 이벤트를 마련 못 해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50주년 행사는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둘리나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3년 4월 22일 첫선을 보였다. 만화월간지 ‘보물섬’이 데뷔 무대였다. 간결한 터치로 그려진 아기 공룡 둘리는 곧 소년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들과 말썽을 피우며 때로는 어른들을 골탕 먹이거나 악당을 퇴치하는 개구쟁이 둘리의 언행이 동심과 맞닿아 있어서다. 외계인 도우너와 타조 또치, 아저씨 고길동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40년.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 환호했던 아이들도, 아기 둘리도 중년의 나이가 됐다. 둘리 40주년을 맞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1996)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새 단장을 해 24일 극장가를 찾는다. 만화 원작자로 리마스터링 총감독을 한 김수정(73) 작가와 15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40년 동고동락하다 보니 둘리를 자식 같은 존재로 여긴다”고 밝혔다.

둘리는 한국 만화계에서 드문 캐릭터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종종 대중에게 소환되기 때문이다. 만화 인기에 힘입어 1987년 TV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로 만들어져 KBS에서 방영됐다. 애니메이션영화 ‘얼음별의 대모험’은 서울 관객 30만 명을 모으며 1996년 한국 영화 흥행 4위에 올랐다. 2008년엔 SBS에서 ‘아기공룡 둘리’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김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만화 캐릭터가 이만큼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어쩌면 별종 같은 사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작가가 둘리 연재를 구상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말렸다. 오랜 지인 김동화 작가는 “악어새끼냐”고 반문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동료 작가들이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단조롭고 특색 없다고 생각해 정체성에 의문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돌아봤다. “동물 캐릭터로 장기간 연재한다는 것도 모험”으로 여겨지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 작가는 달리 봤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므로 더 많은 상상력과 발칙한 자유로움을 구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기공룡 둘리’는 인기가 높아질수록 사회적 비난도 커졌다. 둘리와 주변 캐릭터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대해 기성세대는 비교육적이고 폭력적이라며 ‘불량만화’로 낙인찍었다. 김 작가는 “동물을 의인화해 서슬 퍼런 심의를 좀 피해 가보자던 얕은 꾀도 끝끝내 ‘검열의 레이더’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24일 개봉하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버전 포스터. 둘리나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작가가 1975년 소년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에 당선되며 만화가가 된 지 48년, 둘리가 등장한 지 40년, 한국 만화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김 작가는 “웹툰의 도약이 눈에 띈다”면서도 “웹툰 작가들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해 연재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체의 일방적 방식에 따르거나 휘둘리는 것 같다”며 유통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둘리의 모험은 계속된다. 김 작가는 2013년 개봉 목표로 준비했다가 제작이 무산된 애니메이션영화 ‘아기공룡 둘리, 방부제 소녀들의 지구 대침공’의 출판용 만화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고길동 외전’ 버전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길동이 맹활약한다”고 전했다. 둘리 일행에게 당하기만 하는 고길동을 위해 나이 든 팬들을 중심으로 ‘고길동 외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내년 후반쯤 독자님들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