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바이든 정부 "아프간 철군 사상자는 트럼프 탓"…언론 "책임 전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UPI=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과정에 대한 사후 검토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군시킨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불가피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건 트럼프 행정부의 탓"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12쪽짜리 요약본을 공개하며 바이든 정부의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2021년 8월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군시킨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불가피했지만 옳은 판단이었고, 그 과정에 많은 사상자를 낸 혼란상에 대한 책임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앞서 미국은 2021년 8월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군하면서 20년이란 미국 역사상 최장의 전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탓에 카불 공항을 통한 철군 과정에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 민간인 170여명이 숨지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미군은 이 과정에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한 드론 오폭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을 폭사시키는 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이런 상황은 취임 8개월밖에 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고, 지금껏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의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군의 철군과 대피가 좀 더 빨리 시작됐어야 했다면서 이런 지연의 책임을 아프간 정부와 군, 미군과 정보당국에 돌렸다.

보고서는 당시 철군 이전 몇 달간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어렵고 아프간 군이 방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오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기관도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카불을 장악하고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의 싸움에서 쉽게 패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아프간 철군 실행 방안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은 전임자가 만든 상황에 의해 심각하게 제약받았다"며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 조언에 따라 신중하고 엄격하며 포괄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지난 2019년 1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탈레반은 2001년 이래 가장 강력한 군사적 위치에 있었고, 아프간의 거의 절반을 통제했다는 게 백악관 설명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가 떠나면서 아무런 실행 계획도 없이 철군 날짜 만을 바이든 정부에 남겼다"며 "안전하고 질서 있는 철군에 필요한 시스템과 기관의 기능 등이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군 속도와 관련해 미군 지휘부의 조언을 받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2020년 2월 아프간 주둔 미군을 2021년 5월 1일까지 철수하기로 탈레반 측과 합의했었다.

이를 물려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된 철군을 한 달 앞두고 그 시기를 9월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의 합의 때문에 미국 정부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프간 정부는 이 합의 이후 탈레반과의 평화 회담을 조건으로 5000여명의 탈레반 포로를 석방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물려받은 수모와 방치"라고 규정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미군은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냈다"며 대규모 민간인 대피 작전을 펼친 미군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이어 백악관은 이러한 '아프간 철군의 교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는 데 활용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했고 그보다 몇 달 앞서 러시아의 의도에 대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경고해왔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우린 이제 나쁜 안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조기 대피를 우선시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전쟁에 대한 사전 경고음을 울렸다고 했다.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대해 미 언론은 바이든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전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바이든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대한 책임을 거의 지지 않으면서 책임을 미뤘다"며 "카불 공항 자살폭탄 테러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커비 조정관은 "보고서의 목적은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미래 결정을 위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독립적 기관이 아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초안을 작성했고, 국무부와 국방부가 보고서 작성 과정에 참여했다.

보고서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많은 사상자를 낸 피해에 초점을 맞춰 아프간 철군 과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와중에 나와 향후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원래 미 상원과 하원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낸 보고서는 기밀로 분류돼 공개가 불가능하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