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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후원금 내면 정당이 현수막 게재"... '꼼수 현수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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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게시된 정당 현수막 일부 /사진=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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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부 정당이 시민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현수막을 게재해 현수막 난립을 가속화 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개정법 시행으로 정당의 현수막 게시 절차가 간소화된 이후부터다. 사실상 정당과 아무 관련 없는 시민 단체의 현수막이지만 현수막에 정당명, 당 대표 이름만 적으면 정당이 게재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에 일부에서는 후원금을 주면 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주겠다는 이른바 '현수막 장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법 허점이 낳은 '현수막 장사'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이후 법의 맹점을 이용한 '꼼수' 현수막들이 도심 곳곳에 걸리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정당은 정책·정치 현안 관련 현수막을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나 신고 없이도 자유롭게 15일간 어디든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지자체 신고, 게시 비용 지불, 선착순·추첨 등 현수막을 걸기 위해 여전히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일부 정당이 현수막 게시가 비교적 간편하다는 점을 이용해 시민들로부터 일정 대가를 받고 이들이 의뢰한 현수막을 대량 걸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당은 현수막 게시를 원하는 시민들로부터 최근 후원금을 받고 정당 이름으로 현수막을 대신 걸어주고 있다. 이 정당이 시민 후원금을 받아 건 현수막에는 '천인공노할 살인마', '관련자들을 전원 색출·처단하라'는 등의 과격한 문구가 담겨 있다. A당은 이 현수막의 후원자를 각각 'B대학 동지회', 'C고교 동문회'로 소개하고 있다. 또 "이 현수막은 국민 여러분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만 들어 전국 각지에 현수막 수백여장을 게시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 중이다.

한 시민이 A당에 현수막 게시를 문의하자 "일반 시민이나 단체는 현수막 게시가 어렵다"며 "(현수막 게시를 원하는) 시민들이 후원금을 내면 정당에서 현수막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수나 장소에 따라 내야 하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과격한 내용의 현수말들을 두고 정당의 이름만 빌린 사실상의 시민단체 현수막이라고 본다. 다만 일정 요건만 갖추면 현행법상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이, 당내 경비로 현수막을 제작했고, 이때 정당명·당대표 이름·게시기간 등만 적어두면 정당 현수막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과격 표현 등 현수막 내용 관련 판단은 선관위를 거치게 돼 있다"고 했다. 후원금 역시 당내 자금으로 본다면 '꼼수' 현수막이더라도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과격한 표현의 현수막을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판단하는 것을 두고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A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은 최근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공산 폭동'이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제주도 일대에 걸었지만, 도선관위는 이를 '통상적 정당활동'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횡단보도에 각 정당들의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다.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으로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하는 현수막은 별도 허가나 신고없이 15일간 게시할 수 있게 됐지만 현수막이 우후죽순 설치돼 도시미관 훼손과 안전사고 우려 등이 제기돼왔다. 이에 서울시는 관련법 개정 건의와 함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자치구의 현수막 정비를 지원키로 했다. 2023.03.12. 20hwa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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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는 '정당 현수막' 민원
정당 현수막 전쟁이 격화되면서 비방·조롱 등 과격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난립하고 있다.

올해 서울 영등포구에 접수된 현수막 관련 민원 457건 중 정치 현수막 관련은 86.4%(395건)에 달했다. 과한 비난 문구 등으로 인한 불쾌함, 도시 미관 훼손 등의 민원이다. 각종 비방 문구 등이 담긴 정당 현수막 난립이 '공해' 수준에 이르면서 현수막 제작 관계자들도 이를 규탄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옥외광고협회 송파구지부는 "우후죽순으로 설치되는 정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야를 가려 안전에 지장을 주고 있을뿐더러, 정신 건강을 해치는 공해 수준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며 "정당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문구가 아닌 불법적 형태의 정당 현수막 제작 설치는 받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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