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10명 중 6명 초과근무수당 못 받는데, ‘주 69시간’ 했다가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Gettyimage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 69시간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제가 그렇게 일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습니다. 말은 (수당)챙겨준다고 하는데 제대로 주지도 않고 5분도 쉴 수 없습니다.”(직장인 A씨)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않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습니다. 근태기록을 못 찍게 해서 근무기록을 조작하고 있습니다.”(직장인 B씨)

초과근무를 하는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근무수당을 못 받는 주된 이유는 ‘포괄임금제’였는데, 포괄임금제 적용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노동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초과근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 69시간’ 등 연장노동시간 유연화가 시행되면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과로를 부르고 있는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지난달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성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표본을 설계해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대놓고 안 주거나, ‘포괄’로 퉁치거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50.9%는 야근 등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6시간 이하’가 53.2%, ‘6시간 초과 12시간 이하’가 33.2%였다.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12시간 초과’도 13.5%에 달했다.

초과근무를 한다고 응답한 직장인 중 58.7%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조합원’(62.0%), ‘5인 미만 사업장’(73.6%), ‘월 임금 150만원 미만’(80.0%) 등 노동시장 내 약자일수록 높았다.

경향신문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을 유형별로 보면 ‘전액 미지급’이 34.1%로 가장 많았다. ‘포괄임금제 실시’가 27.4%로 뒤를 이었다. ‘일부만 지급’이 18.4%, ‘교통비·식비 등만 지급’이 13.4%, ‘수당 없이 대체휴가 부여’가 6.7% 순이었다.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직장인 87.8%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일부 직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임금 지급 관행이다. 대법원은 노동시간 산정이 가능한데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업주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적게 주려는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적용 직장인 71.5%는 ‘포괄임금제 금지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공짜야근 주범 포괄임금제 금지해야”


직장갑질119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 체불, 공짜 야근 등 불법·편법 관행에 무관용 원칙 방침을 밝혔는데, 방법은 간단하다”며 “포괄임금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킨 후 예외적으로만 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근무시간 기록을 법적으로 의무화해 위반하거나 조작하면 처벌받게 하면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정보기술(IT) 기업 노동조합 지회장, 노동자들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지난 정부에서 만든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 때문에 지금도 합법적으로 주 64시간이나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고, 직장인들이 목놓아 포괄임금제 금지를 요구했지만 관련 실태조사와 가이드라인은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공짜 야근을 획책하는 탄력근로제부터 제자리로 돌려놓고, 포괄임금제 금지법 및 노동시간기록 의무화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 삼성 27.7% LG 24.9%… 당신의 회사 성별 격차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