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식당 소주 6000원' 시대…정부, 규제 개선해 가격인하 유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식 소줏값 1년 새 11.2%, 맥주는 10.5% 올라

국세청, 이달 중 주류 할인 거래 허용 지침 마련

소매업체 묶음할인, 패키지 할인 등 활성화 기대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최근 외식 주류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주류 판매 규제를 개선해 가격경쟁을 유도한다. 편의점 등 소매점이나 식당·주점이 도매업자로부터 술을 싼값에 조달할 수 있도록 할인을 허용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해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기대하는 경쟁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중으로 주류 거래 시 허용되는 할인의 구체적 기준을 담은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 할인이 가능한지 지침을 통해 확실히 안내한다면 도매업체와 소매업체, 도매업체와 식당·유흥업소 간 할인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은 지침 마련에 나선 이유는 최근 외식 주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할인 판매 등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외식 소주 가격은 1년 전보다 11.2% 상승했다. 외식 맥주 가격도 10.5%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8%)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행법상 주류 판매업자는 주류 거래와 관련해 장려금, 할인, 외상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금품(대여금 제외)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으면 안 된다.

과거에는 이같은 할인 금지 규정이 국세청 고시에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국세청 고시만으로 관리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지난해 주류 고시를 법률 및 대통령령으로 법적 근거를 상향했다. 주류 판매업자가 통상 ‘판매장려금’이라는 명목하에 부당하게 상품 대금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리베이트) 방식으로 고객을 유인하거나 특정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종전 고시에 적혀 있던 ‘무자료(세금계산서를 주고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 거래를 조장하거나 주류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빠지고 할인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만 남게 됐다.

올해 변경된 고시 시행후 현장에서는 도매업체가 대량 구매 고객에게 주는 할인 혜택까지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편의점, 대형 주류 판매 매장 등은 물건을 싼값에 대량으로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이같은 할인 행사마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수입맥주 4캔 1만원’ 등의 판촉행사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할인 금지 규정은 변칙적인 거래로 인한 질서 문란 행위를 막으려는 취지인 만큼, 리베이트가 아닌 거래는 허용된다는 점을 지침을 통해 명확히 하기로 했다. 거래 수량, 지급 조건 등을 사전에 약정하고 이에 따라 가격을 할인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점을 지침에 명시하고 합리적인 거래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매업체들이 원가 부담이 줄어들면 묶음 할인, 음식 패키지 할인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얘기다.

다만 소매점과 식당을 대상으로 한 도매업체의 할인이 확대된다고 해도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맥주 가격에는 자릿세·인건비·영업 마진 등이 상당 부분 포함되는 만큼 원가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가는 주류 가격 자체는 지금도 저렴한 편”이라며 “다만 할인 행사가 활성화 되면 경쟁으로 인한 가격할인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 구매를 못하는 영세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도·소매, 마트 등 거래 단계 및 규모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세부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