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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반세기 만에 달 '직관' 나설 4명 곧 공개…임무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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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3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작한 ‘아르테미스 1호’가 기계적인 점검을 받고 있다. 아르테미스 1호는 높이 98m짜리 거대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SLS)’과 SLS 내부에 들어있는 인간 탑승 구역인 ‘오리온 우주선’으로 이뤄진다. 내년 11월에 발사될 아르테미스 2호도 같은 로켓과 우주선으로 구성된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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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1969년 7월20일(미국시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은 월면에 발을 디디며 인간의 활동 영역이 우주로 확장됐다는 사실을 인류에게 선언한다.

하지만 우주개발 열기는 금세 식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서 떠난 뒤 인간은 지금까지 달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지구가 코앞인 고도 수백㎞를 떠다니는 ‘우주 유영’에 만족했다.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이긴 미국이 많은 비용을 써가며 다시 달로 사람을 보내는 일에 흥미를 잃었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아르테미스 계획’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월면에 상주 기지를 지어 광물자원을 채굴하는 게 목표다.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미국 주도로 한국과 영국, 일본 등 23개국이 참여한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지난해 11월16일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돼 달 근처를 비행한 뒤 25일 만에 귀환했다. 첫 비행인 만큼 인간이 아닌 마네킹이 탔다. 아르테미스 1호는 높이 98m짜리 거대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SLS)’과 SLS 내부에 실리는 인간 탑승구역인 ‘오리온 우주선’으로 구성됐다.

NASA는 이젠 진짜 사람을 태울 계획이다. 오는 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3일 밤 12시), 2024년 11월 발사할 아르테미스 2호에 오를 우주비행사 4명을 텍사스주 존슨우주센터에서 공개한다. 3명은 미국인, 1명은 캐나다인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구에서 약 40만㎞ 떨어진 달의 뒤편까지 비행한 뒤 ‘유턴’해 돌아온다. 총 비행 기간은 약 10일이다. 달은 지구에서 38만㎞ 떨어져 있다. 달은 우주선 창밖으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일 것이다. 인간이 이렇게 가깝게 달에 접근하는 건 반세기만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에 착륙하지는 않는다. 2025년 월면에 여성과 유색인종 등 2명을 내려줄 아르테미스 3호를 위한 ‘사전 연습비행’이 주된 임무이다. 발사체도 있고 사람도 있는데 지금 달에 착륙하면 안 될까. 뜸을 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숨 막힐라”…이산화탄소 제거 시험

NASA 설명자료를 보면 아르테미스 2호에 탄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를 떠난 직후 선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을 제거하는 ‘생명유지장치’의 성능을 점검한다. 우주비행사가 쉬거나 말하거나 움직일 때 입과 코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선내에서 특정 농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지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NASA는 “생명유지장치가 잘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한 뒤 달로 본격적으로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우주비행사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호흡 곤란이 온다. 최악의 경우 질식으로 사망한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1970년 4월11일 발사됐다가 달로 향하던 도중 사고가 났던 아폴로 13호 안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동체 일부가 폭발하면서 원래 탑승 구역인 사령선을 떠나 달 착륙선으로 우주비행사 3명이 긴급 대피했는데, 딱 2명을 태우도록 설계된 달 착륙선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았다.

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들은 대형 이산화탄소 필터를 달 착륙선 공기 정화기에 급히 연결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아르테미스 2호 비행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관련한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게 NASA의 생각이다.

경향신문

오리온 우주선 내부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가방을 쌓아 방사능 대피소를 만들고 있다.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일어나 우주에 방사능이 다량 방출되는 상황에 긴급 대응할 수 있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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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으로 방사능 대피소 구축
아르테미스 2호에선 우주비행사들이 방사능 피폭에 긴급 대처할 수 있는지도 점검한다. 태양 표면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 방사능이 다량 방출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NASA가 내놓은 방사능 대응 방법은 특이하다. 우주비행사들이 머물 오리온 우주선 내부에 가방을 쌓거나 얹어 ‘방사능 대피소’를 만들도록 할 계획이다. 가방들은 평소에는 음식과 물 등 보급품을 담는 데 쓴다. NASA 연구진이 공개한 시연 동영상을 보면 방사능 대피소는 크고 작은 가방을 오리온 우주선 내부에 직육면체로 쌓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방을 벽처럼 배치하고 나면 하늘 방향에 지붕처럼 얹는다. 우주비행사는 다리를 구부려 가방 더미 안에 완전히 몸을 숨긴다.

가방이 어떤 소재로 제작됐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방사능을 상당 시간 막을 성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설명자료를 통해 “대피소는 1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선 사람이 24시간 동안 머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선에서 이밖에 통신과 항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비행 중 추진력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등도 확인한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속도가 붙은 만큼 한국도 잰걸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유 한국우주과학회장(충남대 교수)은 “한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이름을 올려놓고는 있지만, 역할은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캐나다는 달 상공을 돌 우주정거장에 로봇 팔을 장착하고, 일본은 월면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최근 커진 우주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힘으로 만든 발사체와 무인 착륙선을 달에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강한 분야를 내세워 다른 나라와 손잡을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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