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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내 기록 넘보지 마" 심수창 18연패 역사의 뒤안길로…ML 기록은 27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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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LG 시절 심수창 해설위원. 2009.07.02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투수가 바뀌었다. 12년간 기록 보유자였던 심수창(42)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18연패 기록이 2위로 내려앉았다. 한화 투수 장시환(36)이 역대 최다 19연패를 당하면서 심수창의 18연패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

장시환은 2023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2-2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장시환은 1사 후 김혜성에게 좌측 라인선상 2루타를 허용한 뒤 이정후의 고의4구, 에디슨 러셀의 좌전 안타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이형종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이로써 장시환은 지난 2020년 9월27일 대전 NC전을 시작으로 개인 19연패로 KBO리그 불명예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장시환은 총 87경기(19선발) 평균자책점 6.09를 기록 중이다. 첫 13패가 선발패였고, 불펜으로 보직 변경 후 구원패 6패를 더해 19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19연패 기간 동안 장시환은 세이브(14개), 홀드(10개)를 따냈지만 연패와는 무관한 기록이다. 승리만이 연패 기록을 끊을 수 있다. 가장 마지막 승리는 지난 2020년 9월22일 대전 두산전 선발승(6이닝 1실점). 구원으로 보직을 바꾸면서 연패를 끊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장시환이 연패를 쌓으면서 심수창 위원의 18연패 기록도 계속 소환됐다. 심 위원은 LG 소속이었던 지난 2009년 6월26일 문학 SK전부터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첫 경기였던 2011년 8월3일 대구 삼성전까지 18연패를 당했다. 이 기간 총 37경기(24선발) 평균자책점 6.10을 기록하며 승리 없이 18패에 홀드 1개를 기록했다. 연패 기록은 2011년 8월9일 사직 롯데전에서 6⅓이닝 1실점 선발승으로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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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시절 심수창 해설위원. 2011.08.21 /OSEN DB


18연패 중 15패가 선발패. 7번의 퀄리티 스타트가 있었지만 5패를 당하는 등 타선 지원도 받지 못하는 불운이 따랐다. 2019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심 위원은 방송 활동에서 18연패 기록을 ‘자학 개그’ 소재로 쓰곤 했다. 장시환도 지난해 시즌 중 “수창이형이 자기 기록은 넘보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셨다. 나도 연패를 끊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긴 연패의 쓰라린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심 위원이 후배에게 농담을 섞어 응원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어지지 않았고, 2023년 개막전부터 장시환이 19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심 위원의 기록도 1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긴 연패. 패배의 아이콘이 됐지만 아이러니하게 실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기록이다. 심 위원은 꾸준히 1군 선발 로테이션을 돌 정도의 실력이 됐고, 훗날 FA 계약까지 하며 프로에서 15시즌을 롱런했다. 올해로 16번째 시즌을 보내는 장시환도 지난해 불펜으로 경쟁력 있는 구위를 뽐내며 3년짜리 FA 계약도 했다. 계속 경기에 나서다 보니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마냥 부끄러워할 기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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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규한 기자] 한화 장시환. 2022.09.22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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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의 투수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은 장시환보다 훨씬 길다. 뉴욕 메츠 소속 우완 투수였던 고(故) 앤서니 영이 지난 1992년 5월7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전부터 1993년 7월25일 LA 다저스전까지 27연패를 당했다. 이 기간 77경기(17선발)에서 16세이브 4홀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4.36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암흑기였던 메츠에서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렸던 승리는 1993년 7월29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이뤄졌다. 3-3 동점으로 맞선 9회초 등판한 영은 1실점을 하며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메츠가 9회말 2득점으로 5-4 끝내기 역전승했다. 지긋지긋한 27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순간 동료들로부터 격한 축하를 받은 영은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대해줬다”고 말했다.

영은 지난 2017년 6월 뇌종양으로 51세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 당시 메츠 구단은 “연패 기록이 영의 유머 감각이나 품위를 빼앗지는 못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메츠 동료였던 내야수 덕 플린도 “영은 연속되는 불운의 희생자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기록보다 훨씬 더 나은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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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93년 뉴욕 메츠 시절 앤서니 영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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