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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강남서 귀가하던 女 납치·살해한 3인조…추적 따돌리려 현금·렌터카·택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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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따돌리려 렌터카 갈아타고 청주 상당구서 각자 현금 내고 택시 탑승

세계일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8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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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여성이 납치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 신고로 즉시 출동해 추적에 나섰지만, 가상자산(가상화폐)을 노린 치밀한 범행의 표적이 된 피해자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A(30), B(36)씨, C(35)씨 등 3명을 강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로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밤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40대 중반 여성 D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 등이 2~3개월 전부터 D씨를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있다.

A씨와 B씨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서울로 올라왔고, 다음날 오후 4시쯤 피해자의 사무실 인근에 머무르다가 오후 7시쯤 퇴근하던 D씨를 미행했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오후 11시46분께 아파트로 귀가 중이던 D씨를 준비한 차량에 납치했다. 당시 격렬히 저항하던 D씨를 피의자들이 폭행하며 강제로 차에 태웠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사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진 일인 만큼 목격자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오후 11시53분쯤 현장에 도착했는데 범행 차량은 이미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경찰은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납치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용의차량 추적을 개시했다. 서울경찰청도 출동 지령을 내린 11시49분쯤 ‘코드제로’(0)를 발령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유유히 서울을 빠져나갔다.

A씨 등은 D씨를 강제로 차에 태운 채 30일 오전 0시12분께 서울 톨게이트를 지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 이튿날 오전 0시22분쯤 마성IC, 0시41분쯤 경기 용인 터미널 사거리를 각각 지났다.

경찰은 관제센터 폐쇄회로(CC)TV를 통해 30일 오전 0시52분쯤에야 납치 차량번호를 확인했다. 아울러 차주인 A씨가 벌금 관련 수배를 받고 있는 것을 파악해 0시56분 일제 수배를 내렸다. 경기남부·북부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와 차적지인 대전 둔산경찰서에도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피의자들은 30일 오전 6시55분쯤 유성IC를 지나 대전 대덕구까지 이동했고, 이후 렌터카로 갈아탄 뒤 충북 청주 상당구로 가서 각자 택시를 타고 경기 성남시로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추적의 결정적인 단서를 잡은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대전에서 범행에 이용된 차량을 발견한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이미 암매장 당한 뒤였던 만큼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 망치와 목 베개, 청테이프, 케이블 타이, 주사기 등이 함께 나왔다.

경찰은 이후로도 A씨 등 검거에 다소 애를 먹었는데, 피의자들은 도주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카드가 아닌 현금을 쓰거나 옷을 구입해 갈아입고 도보와 택시를 번갈아 타며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D씨가 전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30일 오전 11시24분쯤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게 됐다고 한다.

경찰은 서울·경기남부·대전·충북경찰청 형사 172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동원했는데, A씨 등이 사전에 준비한 대포폰 번호를 특정하는 데 성공해 마침내 덜미를 잡았다.

이에 범행 발생 이틀 만인 31일 A씨는 오전 10시45분께, 공범 B씨는 오후 1시15분께 경기 성남에서 각각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 공범의 진술을 토대로 또 다른 피의자 C씨를 오후 5시4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유기했다는 A씨 진술을 받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서 암매장된 피해자를 발견했다. 1차 검시 결과는 사인 미상으로, 부검이 진행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A·B씨는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었다. 다만 진술을 거부 중인 C씨가 이들에게 D씨를 범행대상으로 지목하고 범행도구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모의한 계획된 범죄였다고 본다"며 "A씨 진술과 행적을 볼 때 사전에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한 뒤 2~3개월 전부터 미행하거나 범행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수사팀을 보강했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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