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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 소방안전교육 잘 돼 있지만 외국인은 못 알아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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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출신 다문화 의용소방대장 민지나씨 인터뷰

연합뉴스

빌라 화재로 세상 떠난 나이지리아 네 남매 빈소
(안산=연합뉴스) 김솔 기자 =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군자장례식장에 지난 27일 빌라주택 화재로 숨진 나이지리아 국적 네 남매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2023.3.29 s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지난달 27일 경기 안산시의 한 빌라 주택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4남매가 숨진 비극에 대해 키르기스스탄 출신 민지나(34)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장은 "외국인 노동자 주거지에서 언제든 생길 수 있는 화재"라고 말했다.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이하 다문화 전담대)는 관할 지역 외국인 주민으로 구성돼 자국 외국어를 활용해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조직이다. 민 대장은 2019년 김해시 다문화 전담대가 창설됐을 때부터 합류해 활동을 시작한 원년 멤버다.

민 대장은 지난 3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김해에도 외국인 노동자들 원룸에서 7∼8명씩 사는데, 보호자가 아이들만 두고 장을 보러 가거나 하면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은 고려인 가정에 현장방문을 가서 집에 소화기를 놓는 게 좋겠다고 했더니 '우리가 알아서 한다. 누가 여기다가 불을 지르겠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걸 보면 외국인 주민 대상 화재안전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마에 변을 당한 나이지리아 국적 일곱 식구도 6.3평이라는 턱없이 비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집 안과 건물 어디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참사 현장 감식 결과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최초 시작된 것으로 잠정 조사됐으며, 멀티탭에는 TV와 냉장고가 연결돼 있었다.

연합뉴스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 활동하는 민지나씨
[민지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 대장은 유창한 한국어로 다문화 전담대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12년 전 키르기스스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2018년 10월에 김해지역 원룸 건물에서 발생한 불로 고려인 4세 4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사건을 언급하며 "이주배경 주민들에게 체계적인 화재 예방·대피 교육을 할 필요성을 느껴 다문화 전담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민 대장은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화재 안전교육을 받는데, 제가 (키르기스스탄에서) 학교에 다녔을 때는 한 번도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신기했는데, 정작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은 교육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보고만 있다가 위험에 빠진다"고 말했다.

민 대장은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공장에도 안전교육 통역을 제공하러 간다. 그는 "어떤 이주민이 손가락이 절단돼 있길래 어찌 된 일인지 물었더니 '장갑을 잘못 껴서 기계에 장갑이 걸려 손이 절단됐다'고 했다. 공장에서는 안전교육을 했지만, 알아듣지를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여러 언어를 쓸 수 있는 다문화 전담대를 소방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국 다문화 전담대 출신 국가를 보면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일본,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하다.

연합뉴스

경남 김해시 다문화 전문 의용소방대원들
[민지나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 대장은 "소방서가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사고 위험이 큰 공장에 다문화 전담대원들과 함께 나가 여러 언어로 교육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전담대는 전국 12개대 261명이 활동 중이다. 서울 4개대 78명이 가장 많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경남 지역이 3개대 73명으로 그다음이다. 외국인 119 신고 시 통역을 제공하고, 119 다매체 신고 활용 및 외국인 대상 소방안전교육을 한다.

소방청은 나이지리아 4남매 화재 사망 참사를 계기로 코로나19 기간 위축됐던 다문화 전담대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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