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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 소재기업 이데미츠, 韓 법인 세우고 투자… 디스플레이·전지·바이오 소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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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본 도쿄에 있는 이데미츠코산 본사. /이데미츠코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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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양국 기업 간 경제협력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석유화학 및 소재 기업인 이데미츠코산이 한국 사업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1911년 설립된 이데미츠코산은 매출이 약 6조7000억엔(약 60조5000억원)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 소재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를 생산하며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협업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을 ‘12대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한 데 힘입어 국내에 연구·개발(R&D) 거점을 구축하고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 韓 R&D센터 거점으로 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소재 사업 확대

이데미츠코산은 지난달 2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가 간 외교·안보 문제와 코로나19 등 대외 환경에 따라 사업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한국 내 신규 법인을 세워 외교·안보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 체제를 확립하고 한국 고객사와 기술적 연계를 강화하려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밝혔다.

이데미츠코산은 자본금 2억엔(19억4000만원)을 출자해 지난 3월 이데미츠 선진재료(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경기 오산시에 R&D센터를 짓고 있다. 앞서 이데미츠코산은 경기 파주에 OLED 재료 생산 공장을 운영해왔다. 신규 법인에서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재료를 비롯해 이차전지 재료, 바이오 부문 재료 등 총 3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최근에는 마케팅 사업 부문을 신설해 국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데미츠코산은 내년 1월 가동 예정인 오산 R&D센터를 한국 고객사와의 협업 거점으로 활용해 첨단 소재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과도 기술 제휴를 추진한다. 이데이츠코산은 “선진 소재 영역을 선도하는 한국에서 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여러 사업을 아우르는 기술 탐색부터 공동 기술 개발, 마케팅 기능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 “한일 외교 관계에 영향 안 받는 사업 체제 확립할 것”

이데미츠코산이 국내 사업 확대를 결정한 데엔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2대 국가 전략 기술 육성안이 큰 몫을 했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바이오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 포함) ▲첨단로봇·제조 등 12개 분야를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하고 향후 5년간 25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반도체 등 일부 전략 기술에는 기존 R&D 대비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이토 히카루 이데미츠 선진재료컴퍼니 전자재료부 그룹리더는 “이데미츠코산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전자제품 솔루션, 전기·전동화 솔루션, 바이오·라이프 솔루션 사업과 한국의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바이오 부문의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혁신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한국에 직접적인 거점을 만들어 외교·안보 문제에서 보다 자유롭게 사업을 전개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도 맞물렸다. 이토 리더는 “코로나19 등으로 2년 넘게 한일 교류가 어려워져 신속하게 고객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외교 갈등으로 그동안 반도체 재료 사업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공동 개발이나 공동 기술 평가도 막힌 부분이 많아 이번 기회에 한국 고객 옆에서 빠르게 기술 협력 등 대응을 해나가야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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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이데미츠코산 OLED 소재 생산공장. /이데미츠코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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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ED·산화물 반도체·배터리 핵심 소재 기술 협업 속도

이데미츠코산은 전 세계에 청색 OLED 재료와 산화물 반도체 재료를 공급하는 핵심 소재 공급사이기도 하다. 청색 OLED는 적색·녹색보다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이데미츠코산은 1985년부터 OLED 재료 연구 개발을 시작해 1997년 자체 청색 OLED 재료를 적용한 OLED TV 시작품(試作品)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국내 기업들과는 2000년대부터 화학 소재 협업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과거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로 주력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데미츠코산과의 기술 협력이 주요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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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미츠코산이 개발한 OLED 재료의 발광 모습. /이데미츠코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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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미츠코산은 OLED 발광 재료뿐 아니라 산화물 반도체 소재와 관련해서도 국내 기업들과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토 리더는 “현재 한국 고객들과 산화물 반도체 소재 기술 공동 평가를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주문 수량 등 규모가 커지면 한국 내 반도체 소재 생산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산 R&D센터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토 리더는 “이데미츠는 고체 전해질 원료인 황화리튬 관련 독자 제조 기술과 고성능 황화 계열 고체 전해질 재료의 제조 및 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도 한국 기업들과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며, 향후 한국에서 여러 고객을 확보해 양산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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