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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숨겨진 축복'일까 '슬로모션 위기'일까…금융위기 보는 정반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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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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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유럽 크레딧스위스(CS) 파산, 다시 미국의 중소은행 우려에 독일의 도이체방크의 위기설까지 지난 3주 동안 대서양을 오간 공포는 잦아든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금리인상 드라이브가 은행권 위기 '덕분에' 멈출 것이라며 '숨겨진 축복'을 얘기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급한 불만 껐을 뿐 서서히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슬로모션 위기'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코로나19사태가 시작된 후 3년 만에 분기 기준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이는 등 시장이 제대로 몸을 폈다. 각국 정부가 일제히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면고 '뱅크데믹'이라고까지 불렸던 시장의 패닉도 잠잠해졌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5.0%, 전월보다 0.3% 각각 오르는 등 1년 반만에 최소폭의 오름세를 기록한 덕분이다. 물가가 잡히고 있다고 볼 만한 지표가 나왔고, 이에 따라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덕분이다. PCE는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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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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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은행 위기로 야기된 미 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을 '숨겨진 축복'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은행 위기라는 화가 금리동결이라는 복이 됐다는 의미다. 고금리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은행권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음으로써 과도한 긴축과 경기 침체를 막을 것이란 낙관론이 그 구체적 내용이다.

그러나 "더 한 위기가 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미 연준이 뱅크런 위기에 몰린 은행들에게 지원한 1528억 달러와 긴급자금 119억달러가 불씨가 될 수 있다. 급한 불을 끄겠다고 푼 돈이 물가를 올리는 강력한 재료가 될 수 있다. 그간 연준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하겠다며 금리를 인상하면서, 위기 대목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돈을 풀었다. 물가는 안 잡히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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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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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미국 투자자문사 RIA어드바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뉴욕증시의 랠리를 '베어스턴스 반등(The Bear Sterns Bounce)'이라고 진단했다. 주가가 오르며 낙관록이 팽배한 분위기지만, 실제로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였던 2%대에 근접조차 하지 않았고 은행 위기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복기해봐도, 그해 3월 가장 먼저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베어스턴스에 대해 연준이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하반기에 경제성장이 재개될 것(벤 버냉키 의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낙관을 비웃듯 그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급한 불만 꺼졌을 뿐, 서서히 확산하는 또 다른 유형의 위험, '슬로모션 위기(slow-motion banking crisis)'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는 경기침체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의미에서 일맥상통하는 지적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9일(현지시간) "통상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똑같을 수 있다"면서 서서히 시스템이 무너지며 경기침체로 나타날 수 있는 슬로모션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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