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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카지노' 임형준 "코미디 넘어 사실적 연기, 내 옷 입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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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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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형준이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를 통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카지노'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최민식(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시즌 2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최민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손석구(오승훈)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드라마다.

임형준은 극 중 필리핀 영사 조윤기 역을 맡았다. 현지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며 살다, 최민식을 만나 대척점에 서게 되는 캐릭터다. 평범한 영사의 모습부터, 부패한 관리의 모습, 서서히 악인의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까지 한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여러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사랑받았던 임형준은 2017년 개봉작 '범죄도시'를 기점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코미디 장르에 한정 짓지 않고, 액션,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카지노' 또한 이같은 행보의 일부다. "이게 내 옷을 입은 것이 아닐까"라는 임형준은 연기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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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코로나 때 촬영했는데, 기간이 한정돼 있었다. 감독님이 바쁘게 대본 수정하고 뛰어다닌 기억이 난다. 옆에서 보며 '잘 갈 수 있을까'란 걱정도 했다. 해외에 들어가서 세팅도 해야 했다. 해외 촬영이 많은 작품이 잘 진행될지 걱정했다.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데, (최)민식이 형이 코로나19에 걸려서 필리핀에 못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에 가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하는 동안은 정신없이 달렸다. '결과가 잘 나오겠다'라는 확신보다는, '잘 될까'라는 반신반의가 있었다. 워낙 긴 이야기고 많은 인물이 나오는 작품이다. 내가 연기하는 이 정도의 톤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편집실에서 '괜찮다. 재밌다'라는 이야기를 조금씩 들으면서, (제작사) 장원석 대표님이 기운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쁘지 않은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이 이렇게 마무리된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잘 봤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시리즈다 보니, 결말을 궁금해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줄거리에 대한 스포를 해달라고 하더라. 해외에 있는 지인들, 이런 지인들도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이 왔다."

-댓글을 보기도 했나.

"'임형준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라는 댓글을 봤다. 반성도 했다. 의외라는 평가가 되게 많더라."

-완성된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배우들의 공통적인 의견, 주변에서 한 이야기가 '왜 한 번에 공개하지 않느냐'다. 그냥 그런 욕심이 있었다. 감독님이 16부작 영화를, 16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한꺼번에 공개하면 얼마나 좋겠냔 생각을 배우들은 했다. 그건 우리 생각이고, 제작자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겠나.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 좋다는 이야기를 다들 했으니까."

-완성도는 만족했나.

"내 것만 봤을 때는 아쉽다. 지극히 개인적인 거다. 생각보다 욕을 엄청 먹더라.(웃음) 댓글을 보면 '조영사 저 XX 끝을 꼭 봐야겠다'는 댓글이 많았다. 하하하. 정말 잔인하게 복수를 당해야 한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근데 결말이 생각보다 처절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최무식이 정말 잔인하게 복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미안한 거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내가 욕을 먹을 줄 알았으면, 처절하게 죽었어도 됐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감독님은 이번 작품을 정말 있을 법한 사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했다. 누아르라는 인식이 강한데, 보면 액션이 많이 없다. 다큐멘터리 같은 드라마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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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성 감독과 '범죄도시' 이후 다시 호흡을 맞췄다.

"강윤성 감독님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말을 건네기 미안할 정도로, 눈이 다 충혈됐더라. 감독님과는 '범죄도시'를 같이 했는데, 최근에 '출장 십오야'에 나가기 전까지는 내가 웃긴 사람이란 걸 안 믿었다.(웃음) 같이 있을 땐 어른 대하듯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웃기고 재미있는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역할이나 작품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과거 코미디 영화를 했지만, 실제로 코미디보다 이런 걸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영사 역할이 있는데, 한번 해보자. 대본은 내가 잘 쓰겠다'고 하더라."

-강윤성 감독을 향한 애정이 드러난다.

"감독님과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감독님 작품을 하면 빛이 난다. 감독님은 귀인 같다. '이렇게 내가 이분에게 받기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을 정말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범죄도시'를 찍으면서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를 정말 편하게,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다 듣고 싶어하는 걸 느꼈다.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더 이야기했다. 그렇게 작업을 한번 하고, 이번에도 똑같았다. 정말 극한상황인데도 다 들어준다. 배우들이 최고의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게 쉽지 않다. 현장이 워낙 바쁘니까."

-조영사 역을 맡으며 준비한 것이 있나.

"작품에 수많은 악인이 나오는데, 조영사는 그들과 다른 색의 악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안에서 존재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시점부터 나빠 보여야 할지 고민했다. 나쁜 놈이라고 해서 계속 나쁘게 연기하는 게 아니잖나. 손석구를 처음 맞을 때라든가 그럴 때는 일상적인 영사의 모습인 거다. 찰나에 본능이 나오는 건데, 그런 것들이 어느 지점일지 고민했다. 특히 차무식과 대화를 할 때, 그런 본능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점점 커지는 그런 모습이다. 작은 비리나 불법을 저지르는 캐릭턴데, 갑자기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과정이 서서히 그려져야 했다. 처음부터 '이런 나쁜 놈' 이게 아니다."

-필리핀 촬영을 하며 많이 고생했을 것 같다.

"감독님, 스태프들에게 미안하지만, 민식 형님이 제일 고생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널널했다. 필리핀에서 상주하면서 찍어야 했는데, 일주일에 하루 촬영하는 날도 있었고, 어떤 배우는 15일 동안 촬영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럼 호텔에서 수영하고 그러고 지냈다. 반면에 차민식 형님은 너무 힘들었을 거다. '형님이 쓰러지시면 어떡하지?'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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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의 건강을 염려했을 정도인가.

"형님 같은 분이 오래 활동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귀한 배우인데. 존경하는 배우인데. 형님이 오래 활동을 했으면 하는 게 모든 후배의 바람이다. 형님이 건강관리를 더 하셨으면 좋겠다."

-최민식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형님이 '쉬리'를 찍을 때, 이종혁, 나, 이필모가 단역으로 나왔다. 처음 훈련 장면에 나오는 단역 중 하나다. (서울예대 동기인) 김수로 형이 캐스팅돼서 단역을 다 전공자로 쓰게 된 거다. 그때 최민식 형님이 한 명 한 명 이름을 다 알고 불러줬다. 덕분에 뭔가 전쟁터에서 전우애가 발동되는 것처럼,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정도였다. 너무 잘해줘서, 잘하고 싶었다. 그 이후에 ('카지노'로) 처음 만난 거다. '과연 날 기억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고, 그때 나는 20대였다. 근데 다 기억하는 거다. 그때 감동을 받았다. 내가 최민식이란 배우와 같은 작품을 할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민식이 형과 연기할 때는 너무 떨렸다.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 같았다.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긴장했다. 쫑파티에서 형이 '형준아. 20대 때보고 지금 너랑 대사를 주고받는데, 내가 너무 뿌듯했다'고 하더라. 그 진심이 뭉클했다."

-앞으로 보여줄 행보는.

"'이전에는 그간 어울리지 않는 역할만 해서 그런가?'란 댓글도 있었다. 모든 걸 다 잘할 수 있으면 좋지만, '잘할 수 없는 것들을 붙들고 해왔었나'란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코미디 영화를 많이 했다. 그래서 하면서도 많이 힘들었다. 평가가 좋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사실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이게 내 옷인가란 생각이 든다. 이런 게 나에게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더 잘해야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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