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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굳이 셔터까지?” 점심시간 문 닫은 우체국에 시민들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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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기준 30곳 ‘점심시간 휴무제’ 추가 시행…“홈페이지에 안내 없어” 불만 목소리도

세계일보

지난달 31일 정오쯤 서울의 한 우체국 앞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모르고 온 시민이 운영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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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점심시간 이용해 잠깐 들른 건데 셔터까지 내려져 있으니 당황스럽네요. 혹시 몰라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왔는데 딱히 공지도 안 나와 있었어요.”

우체국에서 올해 들어 ‘점심시간 휴무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의 휴식권 보장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도입된 것인데,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적잖다.

실제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의 한 우체국은 정오쯤이 되자 출입구 철제 셔터문이 내려졌다. 우체국 앞에는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 휴무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이를 미처 모르고 온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택배 상자를 들고 왔다 망연자실 계단에 앉아 기다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셔터문 앞에서 서성이다 인근 다른 우체국을 찾아보는 이도 있었다.

강동구 등 다른 우체국도 마찬가지였다. 강동구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이모씨는 “퇴근하고 오면 이미 업무 시간이 종료된 후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왔는데 헛걸음했다”며 “우체국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등에 운영 시간은 나와있어도 휴무시간은 찾아보기 쉽지 않아 몰랐다”고 말했다.

1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전국 우체국 3335곳 중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인 우체국은 1865곳이다.

서울 기준 402곳 중 51곳의 우체국이 시행 중인데, 이 중 30곳이 올해 1월2일부터 추가로 시행을 시작했다. 시간은 보통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이나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 오후 11시30분부터 12시30분,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등 지점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6년 4월에 도입된 우체국 점심시간 휴무제는 2인 이하 우체국 등에서 시범 운행되다 2021년 7월부터 지방우청장 책임 하에 지역, 근무인원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 등에 따라 공무원 점심시간을 12시부터 1시까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아예 문을 닫고 전 직원이 동일한 시간에 식사 및 휴식하는 제도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점심시간에 교대로 고객을 응대해 왔는데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었다”며 “특히 우체국의 경우 도난 등 사고 발생 위험이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괄 휴식에 들어가는 곳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확대 시행된 이후 3달가량이 흘렀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제도 안내가 미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어느 지점에서 어느 시간대에 휴무제를 시행 중인지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체국 홈페이지 ‘우체국 운영 및 이용시간’ 등에도 전체 운영 시간만 공지돼 있는 등 개별 우체국 휴무 시간을 일괄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우체국 이용을 위해 반차까지 써야 하나. 꼭 다같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것이냐”며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이에 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업무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속 있고 생소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행 이전에 행정 예고와 더불어 포털사이트에도 점심시간 휴무 정보 제공을 업데이트하고 기관별로 정보 제공 방식을 일원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홍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체국 직원들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시행 중인만큼 너른 이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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